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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우

칼로우

by nelly park

정보 하나 없이 무작정 와서 일단 숙소부터 찾으러 다녔다. 대부분 15불이다. 샤워실이 밖에 있는 조그만 방이 10불 정도다. 신기한 건 모든 방에 에어컨은 당연히 없는 거고 선풍기 조차 없다. 왜 없냐니까 밤이 되면 여긴 춥단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15불짜리 방을 12불로 흥정해서 짐을 풀었다. 빨래를 하고 샤워도 하고 긴장하면서 여기까지 와서 그런지 피곤해서 한숨 잤다.


눈을 뜨고 멍하게 좀 앉아있다 칼로우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참 작은 동네다. 딱히 건물이 예쁜 것도 경치가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지만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얀마인들의 생활이 한눈에 보이는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기분 좋은 미소로 눈이 마주치면 내가 먼저 밍글라바 하고 인사하면 다들 웃으면서 밍글라바하고 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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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배가 고파 뭘 먹지 하는데 시장바닥에 몇 명이 앉아 볶음국수 같은 것을 먹고 있길래 나도 목욕탕 의자 같은 것에 자리 잡고 손짓으로 나도 저 사람들이 먹고 있는 걸 하나 달라 그랬다. 그리고 옆에 있는 특대형 스프링롤 같은게 있길래 그것도 하나 달라고 그랬다. 꿀맛이다. 몇 안 되는 내 특기 중 하나가 맛있게 잘 먹는 거다. 너무 잘 먹으니 시장 사람들이 쳐다보며 저 외국인 참 잘 먹는다고 하는 듯 웃는다. 그렇게 행복한 점심이 단 돈 600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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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장을 이곳저곳 구경하다 아까 봐둔 피시방으로 가서 그 동안 연락 못한 사람들한테 연락도 하고 오랜만에 페이스북도 했다. 그러다 보니 1시간 반이나 흘러 1500짯. 두 끼 밥값에 물 한 통 가격이다. 현대 문물은 비싸다.


언덕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는 아기자기한 마을이 있어 길 따라 올라가봤다.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보는 풍경이 예술이다. 그 언덕길엔 유난히 개가 많았다. 낯선 사람이 와서 그런지 구경을 마치고 밑으로 내려가려는데 덩치 큰 개들이 쫓아오면서 자꾸 짖어대서 도망치듯 그 마을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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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뉘엿뉘엿 져간다.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해서 시내에 있는 슈퍼에 들어갔더니 한 꼬마가 짧은 영어로 이것저것 해맑게 얘기한다. 여기에도 외국인이 정말 없나보다. 다들 신기하게 쳐다본다.


“여기 있는 맥주 두 개 중에 뭐가 맛있어?”


슈퍼에 있는 두 맥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어봤다.


“비어 미얀마”


웃음이 터져서 다시 물었다.


“너 이거 먹어봤어?”


꼬마는 수줍어하며


“아니요..”

귀엽다. 비어 미얀마를 사 들고 거리 아무데나 걸터앉아 해 저무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까 올라갔던 언덕 뒤로 해가 빨갛게 물든다. 멍하게 앉아 있으니 사람들이 와서 계속 할 줄 아는 영어 한 두 마디씩으로 말을 건다. 사람들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제 완전 깜깜해졌다. 다시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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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온 마을이 조용하다. 문을 연 가게를 찾아도 영어 메뉴는 안 보인다. 그러다 한 트럭에 영어가 적힌 메뉴가 있는 노점상이 보인다. 팔라타? 팔라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만들고 있는 걸 보니 태국에서 파는 로티 같은 거다. 옆에는 우리나라 만두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은색 찜기가 있다.


“에그 팔라타 하나랑 만두 하나 주세요”


이거 두 개 해서 단 돈 600짯. 너무 싸다. 역시 맛도 말할 것도 없다. 특별히 유명관광지도 없고 할 것도 없지만 여기 하루는 더 있어야겠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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