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
버스 예약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사실 어제 생각도 많고 모기의 습격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잤다. 시차 때문에 폰 시계가 30분 빠른 걸 까먹고 6시 반에 알람을 맞춰놔서 6시에 일어났다.
짐을 대충 싸고 일층 리셉션으로 내려가 버스예약 되냐고 물어보니 7시반 쯤에 다시 오란다. 다시 잠들까봐 공동 발코니 같은 곳에 한참을 멍하게 누워있다 7시가 되어 아침을 먹고 버스 예약을 했다. 9시 출발인데 딱 한 자리 남았다고 운이 좋다고 하신다. 누워서 딩굴딩굴 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다 어제 만난 친구들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좌석 중간에 통로까지 자리가 꽉 차 자리가 안보였는데 뒷자리에 내 자리를 하나 만들어 줬다.
내 옆에는 독일인 여자 에바가 앉아있었다. 처음엔 퉁명스럽게 앉아있더니 내가 말을 계속 걸었더니 나중에는 자기가 수다쟁이로 변해 얘기를 계속 한다. 중간중간에 식당 같은데 멈춰 서서 휴식을 했다.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던 영국인 제임스와 캐나다인 마이클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말을 하게 되었다. 괜찮은 친구들이다. 둘이서 6개월째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단다. 마이클은 무슨 말만 하면 미친 듯이 웃고 제임스는 좀 점잖다. 재밌는 조합이다.
중간에 에어컨이 고장나 좀 고생한 거 빼고는 바간에 무사히 도착했다. 4시쯤이었다. 확실히 바간은 칼로우보다 훨씬 더웠다. 에바는 예약해 놓은 숙소가 있어 혼자 떠나고 우리 셋이서 어제 네덜란드 커플에게 추천받은 View Point Inn이라는 곳으로 갔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3명 쓸 수 있는 방이 있어요?”
“예스”
에어컨에 샤워. 화장실 다 있고 24불 이란다. 한 사람당 8불이다. 싸다. 드디어 미얀마에서 여행 메이트를 찾았다. 너무 더운 우리는 일단 차례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를 찾아 떠났다. 5분 정도 걸어가서 코너를 도니 조용한 식당이 하나 있다. 각자 미얀마 비어 큰 병 하나씩을 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을 즐겼다. 에어컨이 없어서 셋 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지만 뭐든 좋다. 7시간 동안 덥고 좁은 버스에서 이동하고 새로운 도시에서 만난 이들과 맥주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싹 잊게 해준다.
마이클은 참 담배도 엄청 많이 피고 술도 엄청 빨리 많이 마신다. 한손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담배를 말고 있다. 맥주는 물처럼 그 안에 탄산이 하나도 없는 듯 벌컥벌컥 마신다. 마이클의 속도에 따라 담배피고 술을 마셨더니 좀 취하려 한다. 맥주에 이렇게 취기가 오를 수 있구나. 취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 더워서 온몸이 뜨겁다.
2차로 숙소 근처에 호텔에 가서 밥을 시키고 생맥주 하나씩을 더 시켰다. 여기서 와이파이가 되는게 신기하다. 제임스는 아버지가 독일인이라 독일어도 유창해서 매일 간단한 통역일을 해서 여행경비를 벌어서 여행하고 있다.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 온 것도 제임스 일 때문이었다.
호텔에서 맥주 한잔 더 마시니 확 취하는 느낌이다. 숙소로 돌아와 마이클이 재밌는 시트콤 있다고 같이 보자고 노트북을 꺼내서 보여줬다. 나는 머리가 핑글핑글 돌아 집중을 못하고 누워있다 계속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그
대로 뻗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정말 많이 웃었다. 정말 많이많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