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상 그 이상의 중국

칭다오

by nelly park

칭다오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을 많이 해서 새로운 나라의 공항은 익숙하지만 긴장하지 않을 순 없었다. 그 많은 소문의 중국이다. 다행인건 이민국을 잘 통과해 여권에 도장만 찍고 밖으로 나오면 마중 나올 친구가 있다는 거였다. 일본인 친구 타쿠는 중국에서 일한 지 2년정도 되었는데 내가 여행 떠날 때 마다 중국은 왜 안 오냐고 항상 툴툴대던 친구다. 캐나다 유학시절 만나 7년 이상을 연락하고 지내면서 내가 일본 갈 때는 타쿠가 그리고 타쿠가 한국에 놀러 왔을 때는 내가 신세지고 도움을 주며 지낸 막역한 사이다. 이번엔 내가 신세를 질 차례다.


공항을 무사히 통과해 타쿠를 만나니 너무 반갑다. 무서운 중국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타쿠는 웃으며 중국에 2년 넘게 살았는데 전혀 그런 일 안 일어 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타쿠의 집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기사 아저씨에게 담배를 가리키며 물었다.


"커이마?" (담배 펴도 괜찮아요?)


"커이 커이 커이" (괜찮아요)


당연하다는 듯 답해주신다. 중국에서는 택시 안에서 담배도 필 수 있다. 생각보다 자유로운 나라인 것 같다.


창문밖에 비치는 칭다오의 모습은 서울과 비슷했다. 고층빌딩과 많은 차들 그리고 중국답게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한문으로 쓰여진 간판밖에는 다른 점이 안 보인다. 초대형 차이나타운인 것 같기도 하다. 약간은 실망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처음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탄성이 나왔는데 중국은 그렇지 않다. 굳이 다른 것을 찾자면 타쿠가 중국말로 택시 기사아저씨한테 말한다는 점. 택시 앞 자석과 뒷 자석 사이에 철조망 같은 것이 있어 앞에서 뒤로 못 넘어 온다는 점. 택시 안에서 담배를 펴도 된다는 점 등이다. 무사히 타쿠를 만나 타쿠의 집에서 지내도 된다는 거에 감사하기로 했다. 앞으로 하나하나씩 놀라면 된다.


맛있는 중국식 라면집이 있다고 해서 갔다. 점심시간에 가서 그런지 자리가 없어 예약을 해놓고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 길 따라 좀 걸으니 길거리에 은 색깔 드럼통이 나란히 서있다. 타쿠에게 물어보니 맥주란다. 거기다 테이크 아웃 맥주란다. 신기해서 하나 시켜봤더니 비닐봉지에 맥주를 담아 준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태국에서도 마실 거리를 봉지에 담아서 빨대를 꽂아서 마셔봤다. 그런데 여기는 빨대 따윈 없단다.



P1020604.JPG
P1020605.JPG


맛있는 칭다오 생맥주 긴한데 어떻게 이걸 마셔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봉지 위를 묶고 밑부분 모서리를 이빨로 조금 뜯어서 쪽쪽 빨아 먹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생맥주를 마시면 더위가 싸악 갈 것 같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빨아먹으니 더 빨리 취기가 올라오는 거 같다. 더 덥다.



P1020607.JPG


라면을 먹고 칭다오 올림픽 공원이라는 큰 광장으로 나가봤다. 칭다오에 와서 느끼는 거지만 푸른 섬이라는 뜻의 이 도시의 이름과는 맞지 않게 항상 뿌연 안개가 끼어있다. 내가 운이 나쁜 건지 이 도시는 항상 이렇게 뿌연 건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날씨는 너무 덥지 않았지만 파란 하늘의 멋진 사진은 도저히 찍을 수가 없다.


P1020614.JPG
P1020615.JPG
P1020617.JPG


광장을 걷는데 보이는 어린 아이들의 바지 앞이랑 뒤가 뚫려있다.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할 거 없이 커다란 구멍이 앞뒤로 나있다.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볼일을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있단다. 조금 충격적이다.


타쿠네 집으로 향했다. 타쿠네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다. 사람들 시선은 하나같이 다 위로 향해있다. 시선을 따라가보니 아파트 6층쯤에서 한 사람이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다. 건물 앞에는 티비에서나 본 듯한 대형 튜브 쿠션이 깔려 있었다. 경찰들과 사람들은 중국어로 큰 소리로 뭔가 계속 외친다. 설득하고 있는 듯하다. 그 순간 하늘에서는 불꽃이 빵빵 하고 터지기 시작했다. 분명 해가 떠 있는 대낮이다. 타쿠한테 물어보니 중국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좋아해 시도 때도 없이 밤이든 낮이든 터뜨린단다.


앞에는 뛰어내릴 거라고 자살 소동하는 사람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고 하늘에는 낮이라서 잘 보이지도 않는 불꽃들이 빵빵 터지고 있다. 묘한 조합이다.


이제 차이나타운 같다는 느낌은 없다. 진짜 중국에 온 것 같다. 하루만 있어보니 알겠다. 중국은 재미있는 나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