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생각보다 타쿠네 소파는 편해서 푹 잤다. 첫날 일정이 꽤 피곤했는지도 모르겠다. 샤워를 하고 어물쩡 거리다 보니 열두 시가 되어 점심 약속장소로 갔다. 어제 만났던 타쿠 친구들과 유명한 딤섬집으로 갔다. 제법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 나는 이곳은 홍콩 음식 전문점이란다. 테이블 위에 유리로 된 동그랗게 돌아가는 테이블이 있어 여러 사람들하고 나눠먹는 중국 문화가 딱 보인다.
메뉴 판을 보고 고민한 끝에 각자 먹고 싶은 것을 한가지씩 시켜서 나눠 먹기로 했다. 나는 중국 메뉴를 잘 몰라 웬만하면 실패 안 하는 볶음 돼지고기 요리를 시켰다. 하나 둘씩 음식이 나오고 맛을 보는데 정말 괜히 맛집이 아니다. 그렇게 짜지도 않고 내 입맛에 딱 맞다. 분명 음식은 다섯 가지가 다 나왔는데 타쿠가 시킨 음식 하나가 안 나왔다. 점원을 불러서 물었다.
“여기 새우 튀김 요리가 안 나왔는데 언제 나오나요?”
점원은 약간은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아 그거 지금 재료가 다 떨어져서 다른 걸로 준비해서 이미 여기 내드렸는데..”
그리고 이제 완탕이 나온다. 중국어로 주문을 했으니 잘 모르니까 배부르지만 일단 먹었다. 알고 보니 디저트로 시킨 바나나 파이 대신에 재료가 다 떨어져서 그냥 이게 나온 거란다. 재료가 떨어지면 손님한테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다른 요리를 해주는 게 중국 문화인 건지 이 식당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한국과 너무 다른 음식 주문 처리 방식에 다같이 한참 웃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가 끝나고 타쿠의 우크라이나인 여자친구 다나와 타쿠 이렇게 셋이서 올드타운으로 갔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식당들이 모여 있다. 시장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특히 먹거리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꽤 보인다. 불가사리 튀김이 단연 눈에 돋보인다. 동남아 라오스에서 본 박쥐 튀김만큼 인상적이다. 타쿠가 그냥 물 맛 밖에 안 난다고 안 먹어도 된다고 해서 그냥 놔뒀다.
찰흙 같은 것으로 인형을 만드는 기인 같은 아저씨가 앉아 계신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피규어로 만들어주는 장인(?)’
중국어로 적힌 글을 타쿠가 해석해주기에는 이랬다.
가까이 가보니 찰흙으로 사람 사진이나 실물을 보고 똑같이 만든 사진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나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삼십 분 만에 뚝딱 해치운 아저씨 작품은 정말 놀라웠다. 내 눈썹 그리고 바지 주름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표현한 고무 인형을 만들어 냈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단 돈 이만 오천 원이다. 중국 물가에 비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가방 안에 넣었다. (이 피규어는 아직 중국에 있다)
기분 좋게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태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편의점에 들러 기차 안에서 먹을 거리를 좀 사서 기차역으로 들어선 순간 정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다. 여기에 혼자 왔으면 어쩔 줄 모르고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뻔 했다.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앞장서서 걸어가는 타쿠를 따라가서 기차를 탔다. 두 명 두 명씩 마주보고 앉는 좌석이다. 정말 사람이 중국에 비해서 의자는 너무 좁다.
내 배낭을 머리 위에 있는 짐칸에 놓고 싶은데 이미 다른 짐들로 빽빽이 차있다. 다들 어디로 이사가나 보다. 정말 빈틈없이 꽉꽉 잘 채워놓았다. 어쩔 수 없이 배낭을 발 밑에 두고 출발했다. 좁고 불편하게 다리를 배낭 위에 올리고 가는데 통로에도 입석으로 서서 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잠깐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여섯 시간 동안 앉아있었다.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담배도 피고 싶고 죽겠다. 그래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다. 이런 걸 느끼러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며 사서 고생하는 게 아닐까.
밤 열 시쯤 태산 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갔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호객 행위가 대단하다. 영어가 아닌 성조가 강한 중국어로 말을 걸어오니 또 움츠려 든다. 호객행위 하는 택시는 분명 비쌀 거다. 특히 중국어를 못하는 나에게는 더더욱 바가지를 씌우려 할 테니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택시를 잡아타고 태산 입구로 갔다. 여기서 태산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걱정이 태산이다’의 그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