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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프롤로그

by nelly park

모르겠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없었다.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 우리 나라랑 비슷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겁이 나기도 했던 거 같다. 중국 가기 조금 전 임창정 주연의 영화 공모자들을 봤다. 중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중국 장기 밀수 조직에게 잔인하게 장기를 도난 당한다는 그런 영화다. 그걸 보고 중국 가는 것이 무섭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떠돌아 다니는 공모자들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인터뷰 영상에서 나온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제가 찍은 영화는 실제로 일어나는 중국 장기 밀수 범죄 조직 이야기의 빙산의 일각에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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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말이다. 의료기록이나 보험회사에서 거액을 주고 환자들의 신상명단을 사서 건강한 장기를 가진 사람들을 추려내고 몇 년 동안 그 사람들의 주위를 조사하고 가족이나 친구가 없어 사라져도 모르는 사람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잔인한 수법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 자주 없어서 의료기록도 없을뿐더러 보험도 들어놓지 않아 가져갈 신상정보도 없었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가 또 있었다.


군대 후임의 이야기다. 다리 한쪽이 불편해 배를 타다 육상부대인 우리부대로 전입을 온 후임이 있었다. 그 후임은 나보다 두 살 많은 형이었는데 평소에는 운동도 즐겨 하고 축구도 잘했다.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군대를 늦게 왔다고 했다. 하루는 축구를 했었는데 공을 잡고 잘 몰고 가다 갑자기 폴짝 뛰더니 엎드려뻗쳐 자세로 가만히 있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이상해서 잠깐 담배 하나 피자고 그 후임을 불러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중국에 있을 때 겪은 일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중국 대련에서 대학을 다니며 한인 학생회장직을 맡았던 그 후임은 어느 날 한인들과 중국사람들과의 패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후임이 한인들의 우두머리라고 생각했던 중국인들은 네 명이서 후임을 끌고가 억지로 땅바닥에 눕히고 칼을 꺼내더니 왼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그어 버렸다. 그때부터 달리기를 오래하게 되면 아킬레스건이 아파서 그렇게 잠시 쉬게 되었다고 했다. 무서운 놈들이다.


그리고 하루는 택시를 탔단다. 중국어가 능숙해진 후임은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집이 있는 곳으로 가달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다른 지역으로 계속 가더란다. 중국에 몇 년 살아서 길을 다 아는데 이 아저씨가 나를 속이려고 하는 게 느껴져 계속 거기 아니라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아저씨는 영화 신세계에나 나올 것 같은 어두운 부둣가에 도착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는 후임은 거침없는 중국어로 목적지는 여기도 아닐뿐더러 그 가격은 너무 많다고 사기 치지 말라고 대들었다. 적반하장으로 돈 내놓으라고 소리치던 아저씨는 후임이 요구한 돈을 안 주자 차에서 내려서 트렁크에 가더니 손도끼를 꺼내 협박을 하기 시작해서 후임은 이렇게 죽을 순 없다 하고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끼를 들고 아저씨도 쫓아왔지만 죽기 살기로 뛴 후임을 잡을 순 없었다. 다행히 아킬레스건 사건이 있기 전이라 살아서 나랑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씨익 웃었다.


여기에 중국은 영어도 안 통한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나라들은 영어와 일본어가 있으면 쉬웠다. 정보도 얻기 쉬웠고 많은 여행자들을 사귈 수 있었으며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숙소 찾기, 도시 이동이 쉬웠다. 내가 들은 중국은 자기 언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서 일부러 영어를 안쓰는 나라, 교육의 부족으로 영어 교육이 아직 일반화 되지 않은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가보기로 했다.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실제 한달 동안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중국은 내 후임과 김홍선 감독을 사기꾼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즐거웠다. 그래도 상상 그 이상의 나라임에는 틀림없었다.


P1020657.JPG 태산의 일출
P1020757.JPG 공자의 도시 취푸
P1020839.JPG 상하이의 동방명주
P1020953.JPG 쑤저우의 수로
P1030083.JPG 밍샤산의 사막
P1030149.JPG 서유기의 화염산
P1030294.JPG 위구르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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