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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게 영어란?

칭다오 가기

by nelly park

러시아워가 시작 되어서 간신히 택시를 잡아 타고 황하강으로 갔다. 4대 인류 문명 발상지라 타쿠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택시비도 자기가 낸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가기로 했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한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가도 별로 예쁘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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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다. 평소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과연 4대 문명의 발상지라는 곳은 어떨까 궁금했다. 지난까지 왔는데 한번 가봐야겠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도 넉넉하다. 택시에서 내려서 언덕을 조금 올라가니 황하강이 보인다. 안개가 뿌옇게 껴 더 멋스럽다. 물 색깔은 메콩강과 비슷한 누런색이다.


메콩강처럼 관광화가 되지 않아서 조용하게 앉아서 시간 보내기 딱이다. 규모도 엄청나게 커서 더 압도적이다. 사진도 찍고 멍하게 감상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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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표를 너무 급하게 끊어서 입석이다. 열차와 열차 사이 연결통로에 있는 밖으로 나가는 문 앞에 엉덩이 붙이고 앉았다. 승무원이 지나가면서 중국어로 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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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문 앞에 앉아 있으면 위험해요 딴 데로 가요”


그 정도 중국어는 알아듣는다. 왠지 이건 모르는 척 하는 게 나은 거 같아서 영어로 답했다.


“아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중국에 온지는 얼마 안되어서 무슨 말 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저희가 자리가 없어서 여기 앉아 있어요. 영어 할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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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승무원은 쏘리쏘리 하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십 분 후 다른 승무원이 와서 또 중국어로 다른 데로 가라고 소리친다. 다시 영어로 웃으며 말해줬다. 그러자 그 승무원도 음.. 하더니 쏘리쏘리 하고 사라진다. 그러고 씨익 웃으며 앉아 있으니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승무원이 나에게 오더니 자리 배치가 되어 있는 아이패드 같은 기계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여주며 B1, B2석은 칭다오 갈 때까지 자리가 비었으니 앉아서 가라고 한다. 중국도 영어 울렁증의 나라인가. 외국인을 배려해주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 영어 하면 여행은 확실히 편하다.

그러고 입석 요금으로 다리 쭈욱 뻗고 앉아서 편하게 칭다오까지 갔다.


어제 긴 하루를 보내고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타쿠와 다나가 벌써 일하러 가고 집에 없다. 오늘은 상하이행 표를 사야 한다. 지금까지 항상 타쿠와 다나가 옆에 붙어 있어서 아무 문제 없이 쉽게 이곳 저곳 이동했었는데 어차피 이제부터 혼자 여행 해야 하니 도움 없이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타쿠와 다나 신세를 너무 많이 져서 미안하기도 하다. 여행하면서 유심을 사지 않아서 길거리에서 스마트폰도 안되고 가이드북도 없어 지도도 없는 나에게는 꽤 큰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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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며칠 전 타쿠와 타이샨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던 곳으로 갔다. 집에서 걸어서 오 분 거리다. 전혀 영어가 안 통하는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는 중국어를 총동원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오늘! 현재! 내일! 칭다오 출발! 상하이 도착! 표 있어요? 얼마에요?”


어떻게 다행히 알아들어서 아주머니가 기차표 조회를 해주셨는데 509원 (거의 9만원 정도) 짜리 쾌속 열차 밖에 없단다. 너무 비싸다. 이건 아니다 싶어 버스는 없냐고 하니 버스 터미널가서 직접 표를 끊어야 한다고 한다. 알겠다고 하고 일단 나왔다. 배가 고파져 일단 집 앞에서 란저우 라면을 하나 먹고 집으로 가서 와이파이를 써서 노트북으로 버스 정류장 가는 길을 검색해 보기로 했다.


중국을 아는 지인들을 총 동원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칭다오 근처에 살고 있는 성범이한테 물어봤다.


“버스타면 진짜 너무 좁고 후져서 죽어요 형. 그냥 기차 타요”


태국 여행하다 만난 한글이는 중국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답게 중국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봐준다. 그리고 타쿠는 지금 칭다오에 사는 사람답게 구글에서 지도를 찾아 어디어디서 버스를 타고 내리고 하는 정보를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아까 기차표 매표소 바로 앞에서 아무 버스나 타고 시청으로 갔다. 거기서 761번 버스 타는 곳을 찾아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서 버스 터미널에 내리면 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761번 버스를 타는 곳이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 일단 길이 나있는 대로 쭉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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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무시하고 그냥 도망간다. 특이한 내 외모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영어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어서 또 한 젊은 여자에게 중국어로 떠듬떠듬 물어보니 “I can speak English!” 란다. 살았다. 다시 영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잠깐만요. 아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꽤 오래 통화한다.


“저기로 좀 걸어가서 31번을 타면 돼요. 같이 가줄게요”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걸어가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땡큐. 쎼쎼’를 계속 외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버스 터미널까지 이 외국인 데려다 달라고 하는 말까지 잊지 않는다. 감사하다.


드디어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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