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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생겼다

상하이

by nelly park

브라이언은 몇 년 전 부산에서 파고다 (영어학원) 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다. 둘 다 그만두고 내가 여행하며 떠돌아 다니는 동안 이 친구는 여기 상하이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다. 3년만이다.


일단 브라이언이 수업하러 간 동안 학원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도 하고 만화책도 보고 하니 시간이 잘 간다. 세 시간이 금방 지났다.


“넬리야 내 수업 들어올래? Social club이라는 수업인데 영어 레벨에 관계없이 프리하게 얘기하는 수업이야”


“진짜 들어가도 돼?”


“당연하지. 내 수업인데 뭐 어때? 학생들도 좋아할 걸?”


나의 특이한 외모와 영어 실력에 다들 신기해 하는 눈치다. 브라이언은 내가 배다른 형이라고 소개한다. 다들 말도 안돼 하는 표정이지만 미국 억양의 유창한 영어에 믿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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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의 수업이 다 끝나고 Social club에서 친해진 학생들이랑 다 같이 맥주나 한잔 하러 가자고 해서 학원 근처의 조그만 바에 들렀다. 다들 즐겁게 이야기하며 노는데 미셸이라는 여자학생만 쭈뼛쭈뼛하게 앉아 있다. 왜 그러냐 물었다.


“나는 술집에 온 것도 처음이고 술도 한번도 안 마셔봤어”


다들 놀라며 딱 한잔만 해보라고 해도 절대 안 마신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너 술 한잔도 안마시면 우리 친구 아니야”


그랬더니 맥주 한잔을 벌컥벌컥 한번에 마신다.


“됐지?”


맥주 한잔에 얼굴이 벌개져서 말한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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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간단한 술자리를 마치고 브라이언 친구들과 다른 바로 가서 한잔 더했다. 다들 미국인 영어강사 들이다. 다같이 여행 이야기도 하고 상하이 생활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말하며 즐겁게 보내고 브라이언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기절했다.


생각해보니 원래는 브라이언의 룸메이트가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서 그 친구 방에 자기로 되어 있었었다. 어젯밤은 칭다오에서 잘 못 쉬다 야간 버스까지 타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보니 브라이언의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긴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룸메이트가 여자친구랑 싸우는 바람에 다시 그 방을 쓰기로 했단다. 사실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눈 떠보니 브라이언도 쓰러져 옆에 같이 잠들어 있다.


브라이언 수업이 한 시 시작이라 따라 나섰다. 학원에 도착하니 어제 같이 술 한잔 했던 학생들 쉐린과 미셸이 있었다. 어차피 브라이언은 수업하러 가야 해서 이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으러 갔다. 상하이식 국수를 먹으러 가려고 했지만 점심시간이라 줄이 너무 길어 일본식 라멘을 먹으러 갔다. 나는 좀 덜 맛있는 걸 먹더라도 절대 줄 서서 기다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굳이 중국까지 와서 일본 음식을 먹었다.


중국에 온 게 또 실감난다. 말만 일본 라멘이지 메뉴를 보니 일본에서 절대 볼 수 없을 법한 메뉴들로 가득 차 있다. 오리고기 라멘을 시켜봤다. 의외로 국물도 시원하고 맛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쉐린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버리고 미셸과 둘이 남았다.


미셸은 나보다 두 살 어린 여자애다. 직업이 투어 가이드라고 한다. 상하이는 원래 중국 여행 계획에 없는데 오직 브라이언을 만나러 왔던 거라 이 도시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어서 잘됐다 싶어 미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구경 시켜줄 수 있냐고 했더니 다행히 흔쾌히 오케이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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