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투루판

투루판

by nelly park

밤 열한 시 반 기차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둔황역에서 투루판까지 바로 가는 기차는 없어서 시내에서 두 시간 거리인 류위안 역까지 가기로 했다. 일곱 시에 택시로 류위안 역으로 달렸다. 둔황 도시자체보다 둔황에서 류위안 역으로 가는 길이 훨씬 아름다웠다. 해가 너무 늦게 진다. 내생에 가장 밝은 밤 아홉 시다. 중국은 나라는 넓은데 시간을 통일해서 그런 것 같다. 색다른 경험이다. 중간에 한번 멈춰서 기름을 넣고 하며 아홉 시 조금 넘어서 도착한 역은 중국답기 않게 정말 작았다.


P1030104.JPG
P7262767.JPG

예약 했던 티켓을 받고 컵라면을 먹으며 기차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 정도만 기다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차는 계속 연착되어 올 생각을 않는다. 낮에 모래산을 열심히 올라 몸은 녹초가 되어 눈은 감기고 짐도 지켜야 하고 수진 누나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부릅 뜨고 기다렸다. 벽에 기대에 잠깐 졸기도 하고 담배도 하나 피면서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기다렸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은 기차는 새벽 한시 반이 되어서야 도착해 문이 열린다.


처음 타는 슬리핑 기차는 생각보다 안락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했다. 한 두 시간 눈 붙였나. 수진누나가 갑자기 깨운다. 옆 칸에 아저씨가 다리를 쭈욱 뻗어서 누나 다리를 계속 만지는 것 같단다. 열 받아서 옆 칸 커튼을 확 젖혔더니 그 아저씨는 자는 건지 자는 척 하는 건지 눈감고 미동도 없다. 그래서 누나랑 자리를 바꿔 누나 칸에 내가 잤다.


눈을 뜨니 아침 여덟 시가 좀 안됐다. 기차 밖 풍경은 비현실적이다. 세상 끝에 와 있는 기분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일지도 모르겠다. 끝없는 모래산과 돌산. 기암괴석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진을 좀 찍어놓을 걸 그랬다. 비몽사몽이라 사진이 없다.


P1030105.JPG


기차에서 내리니 뜨거운 열기가 우리를 맞아준다. 역전에는 역시 택시기사들이 많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 신장자치구부터 사람들 생김새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아시아계인 한족보다는 중동에서나 본 듯한 이국적이게 생긴 위구르 족들과 멋진 흰색 옷을 입은 회족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흰색 전통모자에 흰 옷을 입은 회족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시내로 간다니까 같이 온몸을 검은색 히잡을 두른 위구르족 여자분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아저씨가 그 손님들이랑 위구르어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언어인지 중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하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호기심이 생겨 나도 대화에 끼고 싶었지만 아저씨도 영어를 아예 못하셔서 가만히 앞자리에 앉아 왔다.


작은 도시 투루판 시내는 역시 조그맣다. 모든 것이 크고 많은 중국에서 이런 작은 마을은 처음 본다. 이렇게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그리웠었다. 둔황부터 계속 이런 작은 마을들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도시화가 더딘가 보다

.

둔황 숙소에서 가져온 브로슈어에 적힌 ‘white camel youth hostel’ 의 외관은 꽤 컸다. 파란색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본인을 ‘야야’라고 소개하는 영어가 꽤 능숙한 젊은 안경 쓴 여자분이 우리를 맞는다. 들어가보니 큰 창고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쓰고 있는 거 같다. 층고가 매우 높고 끝 쪽으로 방으로 보이는 문들이 옆으로 나란하게 있다.


“죄송한데 저희는 외국인은 안받아요..”


“왜요?”


“여기 오픈 한 지 얼마 안되어서 외국인을 받으려면 따로 허가증을 받아야 해요. 지금 신청해 놨는데 아직 승인이 안 떨어졌어요”


“다른 호스텔은 없나요?”


“음.. 제가 알기론 길 건너에 호텔 두 개가 다 일거에요”


“저희 어차피 중국인하고 똑같이 생긴 아시아인인데 아무도 모를 거에요. 어떻게 안될까요? 플리즈..”


수진 누나는 그렇다 치고 내 외모를 보고 고민에 잠긴 듯하다.


“알겠어요. 그대신 이 숙소 근처에서는 한국어나 영어 쓰면 안돼요. 다른 호텔에서 신고하면 저희 영업 정지에요”


숙소 근처에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기로 약속하고 짐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배가 고파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아무 말도 안하고 큰 도로가 나와서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더웠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한낮의 투루판이다.


시원한 음식을 찾다 누나 가이드북에 있는 위구르족 대표 전통음식 반미엔을 먹었다. 두툼한 면과 소스가 따로 나온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맛이다. 토마토 파스타 같기도 하지만 면의 쫄깃함이 차원이 달랐고 내 입에 딱 맞는 향신료가 입맛을 돋운다. 둘이서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P1030107.JPG
P1030109.JPG


이왕 밖에 나온 김에 위구르 마을을 좀 걸었다. 중동에서 느낀 그 느낌이다. 집들은 다 흙으로 지어져 노랗고 햇빛은 뜨겁고 길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외모들은 다 이국적이었으며 곳곳에 모스크와 아라빅으로 쓰여진 글이 있었다. 피곤하고 더운 건 문제가 안되었다. 이런 풍경이 중국이라니.


P1030111.JPG
P1030113.JPG
P1030114.JPG
P1030116.JPG
P1030123.JPG
P1030126.JPG
P1030128.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