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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둔황

by nelly park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숙소는 최고 인 것 같다. 덕분에 푹 자고 일어났다. 일곱 시 반쯤부터 일어나 1층 로비에서 노트북도 하고 일기 쓰면서 어제 만났던 중국 여자애들한테 작별 인사를 했다. 조금 더 지나니 톰이 내려온다.


“오늘 뭐 할 거야?”


“오늘 밤에 기차 타고 투루판으로 이동할 거야. 그래서 오늘은 짐 싸고 체크아웃 해서 좀 쉬려고”


투루판까지는 대략 여덟 시간 걸리는 거리라 밤 기차를 타고 자면서 이동할 생각이었다.


“명사산 입장료 안내고 공짜로 가는 방법 아는데 같이 갈래?”


솔깃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비도 안 오고 햇빛이 쨍쨍하다. 어제 다녀온 수진 누나를 보니 갔다 오는데 얼마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저녁 기차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톰과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다. 하늘도 정말 파랗고 찝찝하지 않은 날씨에 가벼운 바람도 조금 분다. 3번 버스를 타고 명사산으로 갔다. 이십 분쯤 지나 명사산쪽으로 가면 갈수록 도시와 다른 모습이 나타나더니 버스에서 내릴 때쯤엔 정면에 거대한 모래 산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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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사는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걸어갔다. 중국 와서 처음으로 사람이 별로 없는 시골을 봤다. 지금까지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았는데 마을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황토색의 흙벽으로 만든 집들이 보이고 낙타를 키우는 마구간 같은 곳도 있다. 동글동글 초콜릿 볼 같은 낙타 똥도 귀엽고 중국스럽게 낙타 엉덩이에 큰 대 (大)를 새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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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조금 더 가니 길게 철조망이 쳐져 있고 중간중간에 여길 불법으로 넘으면 200-5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톰이 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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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여기야! 여기 넘어서 들어가면 돼”


“여기라고? 여기 중국어로 뭐라고 적혀 있는데 들어가면 벌금 낸다는 말 아니야?”


“맞는데 괜찮아. 블로그 찾아보니 여기서 들어가면 안 걸린대”


찝찝하지만 철조망을 넘기로 했다.


‘걸려도 무슨 일 있겠어?’


푸른 눈의 호주인 톰은 신기하게도 중국어를 아주 능숙하게 한다. 지금 중국에서 2년 째 살고 있다. 혹시 걸려도 톰이 중국어로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들어가지 말라고 세워진 철조망은 꽤 높다. 2.5 미터 정도는 돼 보인다. 톰이 밑에서 손을 받쳐줘 내가 먼저 넘고 톰이 힘껏 뛰어 철조망을 잡고 올라왔다. 일단 넘고 보니 황량한 모래 위에 우리밖에 없다. 눈에 너무 잘 띈다. 좀 걷다 보니 모래 산 위에 사람들이 보인다. 거기 합류해서 일행처럼 보이려고 가는데 버기카를 탄 순찰차가 멀리서 보인다. 본능적으로 엎드려 모래 구릉 뒤에 숨었다. 한참 지나고 순찰차가 안보이자 다시 열심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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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부터 오는 잘 정돈 된 정식 루트가 아니라 진짜 모래 사막 그대로를 걸어서 올라갔다. 모래에 자꾸 발이 빠져서 신던 조리를 벗으니 뜨거운 모래 때문에 발이 타 들어 갈 것 같다. 간신히 사람들 무리에 합류했다. 아무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경사가 가파른 모래 언덕을 열심히 걷고 기어서 정상까지 올라가니 밑으로 오아시스 월야천이 보였다. 노오란 모래 사막에 파아란 하늘에 밑에는 청록색의 오아시스까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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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명사산 구경을 무사히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축하의 의미로 톰과 크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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