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가르
여느 날 아침과 같이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손 빨래를 하고 침대 기둥에 빨랫줄을 설치해서 널고 밖으로 나왔다. 수진누나와 함께 아침 시장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좀 쉬다 아키와 함께 걸어서 동네를 좀 둘러보기로 했다. 사진학과를 전공하고 좋은 카메라로 무장한 아키와의 동행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도 사진을 잘 찍고 싶다. 그런데 저런 DSLR은 장기여행에 조금 무거울 텐데’ 하는 생각 등등.
온 마을이 황토색 흙으로 지어진 집을 둘러보는 것은 정말 색다르다. 중국 안에서 중국인들이 아닌듯한 사람들과 웃으며 손짓발짓으로 대화하는 것도 즐겁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산책하다 아키가 여자친구에게 엽서를 보내야 한다며 에어컨이 있는 우체국에 들어가 좀 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지금 아키는 이 여자친구와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캐나다에 살고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동행이 바뀌었다. 수진누나의 친구가 카슈가르로 와서 둘이서 다니기 시작했고 나도 마음이 맞는 아키와 동행을 하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좀 쉬다 전통시장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가봤다. 여기는 거의 중국이 아니지만 참 대륙의 과일과 채소들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우리나라 수박의 두 배는 넘는 크기다. 하나사면 하루 종일 수박만 먹어도 배가 부를듯하다.
아키는 모든 도시에서 엽서를 보내기도 하지만 모든 도시에서 이발을 한단다. 길거리에서 미용가위와 바리깡(?)이 아닌 전통 방식의 이발용 칼로 머리를 자르는 곳을 발견하여 머리를 밀었다. 아니 머리카락을 면도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정말 빡빡 밀어주셨다. 그리고 아키는 며칠 동안 고생했다. 햇볕을 막아주는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으니 한동안 따갑다고 난리였다.
시장 자체는 신기한 물건도 많고 분위기도 이색적이었지만 딱히 살 건 없어 즐겁게 구경만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마침 담배가 떨어져 아키는 비흡연자라 혼자 숙소에서 십 분 거리에 있는 슈퍼로 걸어가 담배를 사러갔다.
“담배 있어요?”
눈 앞에 유리로 되어 있는 진열장 속 담배를 바라보며 물어봤다.
“메이요 메이요 메이요 (없어요 없어요 없어요)
손을 저으며 무작정 없다고 한다. 중국어도 잘 안 통하는데 영어가 통하리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했나 보다.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하고 담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도전했다.
“Do you.. have.. cigarettes? I.. want to smoke”
그랬더니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인지 위구르어인지 말하며 담배를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담배 생각이 절실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영어가 통하는 메니저한테 배워서 다시 가기로 했다.
“니 요우 옌마? 이렇게 말하면 되요”
속으로 ‘니 요우 옌마? 니 요우 옌마?’ 를 되 내이며 다시 슈퍼로 걸어갔다. 당당하게 문을 열고 웃으면서 주인에게 말했다.
“니 요우 옌마?”
그제서야 주인은 담배가 진열된 진열장을 열고 담배를 꺼내보인다. 손가락으로 그 중 하나를 가리키고 담배 사기에 성공했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