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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경 넘어 키르기즈스탄 가기

카슈가르

by nelly park

아키가 전통 동물 시장이 있는 곳을 찾았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역시 아무정보 없이 와도 만나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여행가이드북이다. 열심히 걷고 버스를 갈아타며 동물 시장으로 갔다.


멀리서 본 분위기는 한국 시골에서 열릴 법한 가축 시장인데 사람들 생김새와 동물들이 달랐다. 소와 염소 당나귀, 산양, 물소 등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고 거래도 되지 않는 동물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역시 시장은 활기차다. 흰 모자를 쓴 할아버지들이 연신 가격을 외치고 동물들을 조그만 수레에 실어서 끌기도 하고 목줄을 하고 데려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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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먼지와 동물 냄새들을 버티며 돌아다녔지만 두 세시간 있으니 조금씩 덥기도 하고 기침도 나고 해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지만 갈 때는 마땅한 교통 수단이 없어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 서양인 여행자 둘과 함께 미니 트럭 뒤에 타고 적당히 가격을 흥정해서 카슈가르 시내로 갔다.


올 때는 못 느꼈지만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엄청난 먼지 때문에 사진은 못 찍었지만 즐겁게 이야기하며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무사히 숙소로 귀환했다.


항상 먹던 양꼬치 집에서 밥을 먹고 항상 마시던 스완나이도 한잔하며 또 하루가 깊어간다.


중국에서 키르기즈스탄 국경을 넘는 날이다. 키르기즈스탄은 중앙아시아 (나라 이름 뒤에 스탄이 붙어있는 나라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등)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 없는 나라다. (지금은 카자흐스탄도 비자 없이 갈 수 있다.) 키르기즈스탄으로 넘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국제 버스를 타고 오슈로 갔다가 수도인 비슈케크로 가는 방법. 아니면 여행사를 통해 토루가 패스를 통해 사람을 모아서 미니벤으로 가는 방법. 이건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엄청 비싸진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지 않아도 사설 벤으로 가는 거라 원래 조금 더 비싸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용한 방법. 로컬 버스를 타고 국경까지 가서 이슈케르탐 패스로 국경을 통과해 거길 지나가는 트럭을 히치 하이킹 해서 가는 방법.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 방법이 가격도 싸고 좀 더 모험을 요구하는 거라 재미있어 보였다. 이 방법은 이번이 키르기즈스탄 여행이 두 번째라고 하는 요시 형님의 아이디어다. 이 형님은 내가 본 여행자 중 가장 고수였다. 벌써 160개국 여행을 마쳤다. 직업이 수도 공사 공무원이라 아프리카나 오지 등을 다니면서 일을 해서 많은 곳을 여행했다. 그만큼 정보도 많아서 이렇게 가자고 우리에게 제안했다. 구미가 당긴다.


국경을 같이 넘은 또 다른 여행자 아키. 이 친구도 어마어마한 친구다. 벌써 60개국 여행을 하고 이번 여행을 마치면 80개국이 넘을 거란다. 일본에서 시작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아프리카까지 가는 것이 목표인 이 친구는 강원도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로디보스크로 가서 몽골과 중국을 거쳐 지금 나와 함께 중국 국경을 넘어 키르기즈스탄으로 가는 것이다.


나도 나름 여행 좀 했다 생각했는데 이들에 비하면 초보 중에 이런 초보가 없다. 민폐나 안 끼치면 다행이었다.


아무튼 우리 셋은 일찍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걸어서 버스 버스터미널로 갔다. 국경까지 가는 티켓을 끊고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국경으로 달렸다. 타자마자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져 정확히 모르겠지만 두 세시간 걸린 거 같다. 국경에 도착하고 여권을 손에 들고 체크포인트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줄은 길지 않아서 금방 여권에 스탬프를 받고 얼른 국경을 통과해 트럭을 히치하이킹 해서 키르기즈스탄 도장도 찍어야지 했는데 이민국 건물을 통과 시켜주지 않는다. 중국 공안이 하는 말이


“여기서부터는 지정된 택시나 여행사 버스만 지나갈 수 있어요. 여기 중국 국경이랑 키르기즈스탄 국경까지는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거기는 중립 지역이라서 걸어서 갈 수도 없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국경과 국경 사이가 200km나 떨어져 있다니. 그건 생각도 못한건데. 여행사 버스를 타지 않았으니 무조건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는 소리다. 중국 마지막까지 사기 치는 건가. 그래서 물었다.


“그럼 택시는 얼마에요?”


“한 사람당 200원 (3만원 정도)”


이런 미친 중국 공안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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