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즈스탄
국가에서 지정한 택시라고 해도 이거 뭐 다 한통속일 것이다. 그래서 일단 버텼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택시를 타고 하나 둘씩 국경을 벗어난다. 우리 옆에는 리어카 같은 것을 끌고 다니며 “리어카로 세계일주”라고 써진 플래카드를 붙인 일본인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 아저씨도 참 안됐다. 걸어서 세계일주인데 이건 택시에 리어카를 실을 수도 없고.
계속 우리가 서있으니 택시 기사들이 하나 둘씩 와서 안 가냐고 물어본다. 너무 비싸다고 버티니 150원에 해준다고 하고 얼른 가자고 한다. 진짜 택시가 아니면 여기를 못 지나가나 보다. 두 시간이나 버텼는데 꿈쩍도 안 하는 걸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택시에 올라타고 체크포인트 건물을 나왔다. 사기가 아니었다. 진짜 키르기즈스탄 국경까지는 엄청나게 멀었다. 세 네 시간은 달린 거 같다. 국경과 국경 사이엔 계속 황무지 같은 노오란 흙먼지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중간중간에 민가도 있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드디어 키르기즈스탄 국경 도착!
생각보다는 허무하게 키르기즈스탄 입국 도장을 받고 나왔다. 어떻게 국경을 나오자마자 이렇게 풍경이 바뀌지. 글씨는 한문이 아닌 러시아의 키릴 문자들이 쓰여져 있고 노오란 황무지들은 조금씩 녹색 초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 생김새나 옷차림도 이제 더 이상 중국이 아니었다. 왔구나. 키르기즈스탄!
여기서부턴 이제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하다 일단 배가 고파서 국경 바로 앞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으며 생각하자 하는 생각으로 걸어가는데 덩치 큰 어떤 청년이
‘오슈? 오슈?’
하고 말을 걸어온다. 어떻게 알았지?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우리가 갑의 입장이라 일단 우리 밥 먹고 온다는 말을 제스처로 보여주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 청년을 따라갔더니 꽤 좋아 보이는 미니벤이 있었다. 한 사람당 얼마냐고 물어보니 10불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흥정을 시작했다.
그래서 한 사람 당 5불로 하고 다시 네 시간 정도 달렸다. 오슈 시내에 도착하니 완전 깜깜한 어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키르기즈스탄은 옛날 러시아 지배하에 있어서 그런지 밤에는 치안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다 미니벤 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다들 돈이 없어서 ATM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십 분 정도 돌아다니다 발견해서 돈을 뽑았다. 다시 미니벤을 타고 숙소 근처까지 데려다 달라고 말했더니 어느 컴컴한 골목에 차를 세우고 내리란다.
“ATM 찾아다닌것까지 합해서 1불씩 더 내놔”
덩치가 큰 이 청년이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우리를 쳐다보며 말하는 것은 아주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여행 고수인 이 두 사람은 못 준다고 버티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뺀다. 나도 얼떨결에 두 사람을 따라 큰 길가로 따라가니 그 청년은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키르기즈스탄어로 큰 소리로 뭐라뭐라 외친다. 욕했겠지.
어두운 곳을 걸어 다니다 요시 형님이 여기 길은 조금 안다고 따라오라고 해서 어느 민가로 들어가더니 여기가 게스트하우스라고 한다. 들어가니 아주 조그맣게 게스트하우스라고 간판이 붙어있다.
하루 종일 너무 고생한 우리는 씻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중국 키르기즈스탄 국경. 많은 국경을 넘어봤지만 최악의 국경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