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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번개 폭우로 잠깐 후퇴 - 맥리호스트레일 (2)

팍탐아우 (Pak Tam Au)에서 슈이롱오 (Shui Long O)까지

by nelly park


쥐가 또 들어오면 어떡하지. 지네는 어디로 갔을까. 밖은 왜 이렇게 시끄럽지 하며 집에 가고 싶다 생각하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푹 쉬었어도 24키로 걸은 것은 힘들었나 보다. 오늘도 해뜨기 좀 전에 일어나 텐트를 정리했다. 간밤에 비가 와서 텐트가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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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예보되어 있다. 풍속을 보니 텐트에서 자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다. 그래서 버스 타고 도시로 도망갈 수 있는 포인트를 봐 뒀다. 슈이롱오 (Shui Long O)다. 어제밤 머문 팍탐아우 (Pak Tam Au)에서 슈이롱오까지는 12키로 정도다. 적당한 높이의 산도 두개 넘어야 한다. 출발하기 전 삼각김밥 두개를 먹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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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쯤 지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오히려 시원해서 걷기 좋다. 하지만 오늘도 흐려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뷰보다도 얼른 걸어서 슈이롱오에 도착해서 자판기에서 뭐라도 빼 마시고 싶다. 자주 쉬면서 걸어서 네시간 정도만에 도착했다. 역시 정보대로 자판기 두개가 공중 화장실 옆에 떡하고 서있다. 얼른 콜라 하나를 사서 꿀꺽꿀꺽 마셨다. 온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애매하다. 아침 11시쯤이다. 지금 다시 걷기 시작하면 22키로 다음에나 도망갈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거기다 오후 4시쯤부터 폭우 예보다. 콜라 하나를 더 빼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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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안되면 산에서 대충 텐트 치고 자자하고 물을 충전하고 가방 메고 일어났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생각을 바꿨다. 일단 버스 타고 트레일을 벗어나 도시로 가서 하루 자고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운행이 중지되었나보다. 다른 버스를 타고 가서 또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내려서 트램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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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시원하게 내리기 시작한다. 도시 한복판을 천천히 달리는 트램안에서 비가 오는 홍콩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그저께 묵었던 숙소가 너무 좋았어서 오늘도 가고 싶었지만 만실이라 다른 가까운 곳으로 예약했다. 트램에서 내리자마자 배고파서 숙소로 가지 않고 그저께 먹었던 동파육과 완탕을 먹으러 갔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메뉴를 또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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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 숙소는 너무 좁아서 빨래를 널 공간이 없다. 그래서 빨래방을 찾아봤는데 걸어서 십 이분 거리에 있다. 얼른 빨래를 챙겨서 맡겼다. 79홍콩 달러다. 꽤 큰 돈이지만 빨래를 안하기엔 냄새도 나고 찝찝하다. 다시 맥주 한 캔을 사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비가 확 쏟아진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그래도 비 오는 홍콩은 낭만 있다. 어디를 사진 찍어도 다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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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캔 마시고 한숨자고 빨래 찾으러 간 김에 맛있는 딤섬도 먹고 충분히 쉬었다. 내일 다시 걸을 준비 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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