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쯤 눈이 떠졌다. 아직 세상은 어둡다. 5시반쯤 일출이라 조금 기다릴까 하다 일단 텐트를 열어 밖을 보았다. 해가 완벽하게 뜨진 않았지만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밖에 나가보니 저 멀리서 열기구가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최대한 가까이 언덕 끝까지 가봤다. 장관이다. 여기 온 목적은 내 텐트와 열기구를 같이 사진에 담고 싶는 거였는데 내 텐트와는 아주 멀리 열기구가 떠다닌다. 아직 해는 안떴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열기구와 가까운 곳으로 가서 텐트를 다시 치자. 언덕 끝에서 보니 저 멀리 평평한 곳이 보인다. 어제 가려고 했던 포인트까지는 너무 멀고 저기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얼른 텐트로 들어와 모든 걸 가방에 쑤셔넣고 뛰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열기구가 떠다니기 시작하고 하늘도 많이 밝아졌다. 최대한 열기구 가까이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다시 텐트만 폈다.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꿈꾸는 것 같다. 사진에서만 보던 걸 나도 직접 봤고 기록했다. 해가 완전히 뜨고 열기구들이 반대편 계곡 넘어로 대부분 사라질 때까지 멍하게 서 있었다. 두시간은 그렇게 멍하게 서 있었던 것 같다.
8시쯤 짐을 다시 챙겨서 내려왔다. 어제 그렇게 비바람에 천둥번개까지 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다. 구글지도에 나온 트레킹 코스를 안 따라가고 그냥 내려가니 4키로 정도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어제의 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신발이 다 젖었지만 신난다. 이번 여행 중 가장 해보고 싶던 것을 했다. 발걸음이 가볍다. 걷다가 겁 많은 여우도 봤다. 9시 반쯤 숙소에 도착해서 가방을 맡기고 12시 체크인이라 어제 갔던 숙소앞 카페에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3일 연속으로 가니 이제 얼굴만 봐도 주인 아주머니가 알아본다. 이제 루틴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는데 안탈리아에서 만났던 프란체스코가 지나간다. 반가운 마음에 불렀다.
“프란체스코!”
“오! 넬리! 너 가는 날 잠깐 밖에 나가서 인사 못해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다시 보니까 너무 좋다! 너 숙소 어디야?”
“나? 저기 저 뒤에 숙소”
“진짜? 나도야!”
나중에 숙소 테라스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헤어지고 조금 더 앉아있으니 이번엔 야스히로상이 지나간다. 또 불렀다.
“야스히로상! 어디가세요?”
“아 지금 버스로 언더그라운드 시티 가볼까 하고 나왔어. 어제 너 나가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괜찮았어?”
야스히로상도 커피 한잔을 시켜 같이 앉아서 반가움의 재회를 하고 다시 버스 타러 가셨다.
11시쯤 넘어서 다시 숙소로 갔더니 방 준비가 되었단다. 첫날에 썼던 방에 창가 자리가 너무 좋아서 같은 곳으로 달라고 부탁했는데 다행히 그 자리가 비어서 다시 갔다. 옆 침대에는 루카스가 누워있다.
“안녕? 나 다시 왔어.”
샤워를 하고 좀 쉬다 도윤씨와 장을 보러갔다. 고기와 야채를 사고 리쿠어샵에 들러 터키 전통주 라크를 한 병 샀다.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 파티에 좋은 술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 내가 사서 다 같이 나눠먹기로 했다. 700리라 정도니까 나쁘지 않다.
숙소로 돌아와서 요리를 시작했다. 도윤씨가 고기를 굽고 나는 보조를 했다. 토마토와 버섯의 꼭지를 따서 씻고 계란 다섯개를 깨서 풀었다. 차려놓고 나니 한상이다. 비주얼이 그럴듯하다. 배부르게 먹고 침대로 돌아와 잠깐 자고 일어나 내일 공항 갈 버스를 예약하고 기념품을 살까하고 돌아다니는데 마땅한 게 없다. 그래도 터키를 기념할 뭔가를 사고 싶어서 일기장을 다 쓴김에 예쁜 노트를 하나 샀다.
다시 돌아와 또 좀 쉬다 야스히로상도 언더그라운드 시티에서 돌아와 도윤씨와 셋이서 저녁장을 보러갔다. 닭고기 다리살과 안심을 섞어서 1키로 정도 사고 치즈와 후추도 좀 사서 돌아왔다. 술은 내가 샀으니 식재료는 도윤씨가 결제하고 맥주는 야스히로상이 샀다.
숙소에서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치즈도 올리고 파프리카로 색깔도 내니 기가 막히다. 테이블 세팅하고 마지막 파티의 짠을 했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좋고 카파도키아의 야경은 황홀하다.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린다. 낭만이다. 꼭 그 나라를 떠나기 싫을 때는 비가 오더니 오늘도다. 야스히로상은 먼저 자러 내려가고 도윤씨와 빗소리를 들으며 낭만을 좀 더 즐겼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서 듣다 1시쯤 넘어서 자러 갔다. 잊지 못할 밤이다. 많은 도시를 가봤지만 단연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