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를 떠나며

by nelly park


어제 오랜만에 술도 꽤 마시고 늦게 잤더니 심하지는 않지만 숙취 비슷한 걸 느꼈다. 오랜만에 늦잠도 잤다. 9시 좀 넘어서 일어나서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그동안 캠핑 하려고 들고 다닌 것들을 처리해야 한다. 몇번 못 쓴 이소가스와 페티예에서 산 인스턴트 볶음밥 한개, 하리보 두개, 그리고 미쉘에게 받은 그라놀라랑 물티슈는 옥상으로 짐을 싼 가방은 체크아웃을 하고 밑에 내려놨다. 가방이 훨씬 가벼워졌다.


오늘 도윤씨와 야스히로상도 체크아웃이라 각자 가방을 밑에 내려놓고 옥상 테라스에 모였다. 둘은 오늘 야간버스로 이스탄불로 간다. 둘이 같이 가는 버스와 숙소 예약하는 것을 중간에서 통역해주니 진짜 이별을 느낀다. 나 없이 둘이 잘 지낼 수 있겠지? 지금까지는 거의 90프로 이상의 대화를 나를 통해서 했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셋다 마지막 날이라 가지고 있는 음식을 다 먹어 해치워야 한다. 남은 재료들로 늦은 점심을 만들었다. 남은 재료라고 해도 차려놓고 보니 또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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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햄과 치즈와 살라미는 야간 버스 타기 전에 저녁으로 먹으라고 둘에게 주었다. 맥주 한 캔 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소나기가 쏴아 내린다. 그러다 프란체스코와 또 다른 이탈리아 친구가 온다.


“지금 파스타 할 건데 먹을래?”


이탈리아 사람이 하는 파스타는 당연히 먹어봐야지.


“오브 콜스!”


키친에서 남자 둘이서 뭔가 뚝딱뚝딱 열심히 만든다. 우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역시 이탈리아식으로 토마토를 으깨서 직접 소스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냄비에 한솥을 들고 나온다. 엄청난 양에 다들 놀랐지만 또 엄청나게 맛있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4시 35분 여행사 앞으로 공항 셔틀버스 예약이라 4시 10분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어제 예약할 때 현금밖에 안된다고 해서 오늘 결제하기로 했는데 여행사에 사장님이 안 계신다. 옆집 사장님이 저기 앞으로 셔틀버스가 오니까 일단 타란다. 셔틀버스에서 기사님이 내리더니


“미스터 팍?”


예스하고 짐을 싣고 탔다. 이미 버스안에는 여섯명 남짓한 사람들이 타 있고 세 곳 정도 더 들러 사람들을 태우고 공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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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카파도키아 네브셰히르 공항은 안탈리아 버스정류장보다 작다. 버스기사님은 짐을 다 내려주고 떠나버린다. 얼떨결에 공짜로 버스를 타버렸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체크인을 하고 7시반 이스탄불행 비행기는 8시가 되어서야 게이트를 열어준다. 어차피 시간은 많아서 상관은 없다. 한시간 좀 넘게 날아서 사비하 괵첸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터키에 온 첫날 여기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하는 걸 모르고 비행기표와 숙소비까지 날려 버린 곳이다. 어떻게 생긴 곳인지 한번보자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스탄불 공항보다는 확실히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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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찾아서 이제 이스탄불 공항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을 찾아다녔다. 이스탄불의 밤은 꽤 추웠다. 가방에서 경량 패딩을 꺼내 입었다. 이스탄불에서 둘쨋날 공항행 버스정류장을 찾아 헤맨것 처럼 구글지도가 가리키는 곳에는 아무리 뱅글뱅글 돌며 봐도 없다. 다른 버스 직원에게 물어보니 따라오란다. 구글지도와 전혀 다른 곳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심지어 다음 버스는 1시간 20분 후에 있다.


따뜻한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오고 1시간 반쯤 가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다.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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