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포르투갈길 2일차

by nelly park

중간중간에 깨긴 했지만 10시간을 잤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옥상으로 올라가 포르투갈의 아침을 구경했다. 아직 완전히 해가 뜨지않아 가로등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고 도로에 차도 거의 없다. 공기는 차갑다. 숙소 뒤 성당 앞에 큰 광장이 있었는데 아침에 거기 장이 선다. 하나둘씩 가판대에 물건을 올리고 그것을 사러온 사람들도 보인다.



한참 구경하고 있으니 규화가 올라온다. 어제도 코골이 때문에 잠을 잘 못잤단다. 어제 빵을 사서 냉장고에 사람들이 남겨놓은 치즈와 햄들로 규화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어제 아침을 안먹고 걸었어서 허전했었는데 아주 맛있고 든든하다.

샤워를 하고 가방을 싸고 나와서 7시반쯤 또 길을 나섰다. 알베르게에 있던 사람들은 그 전에 이미 다 떠난 것 같다. 다들 부지런하다. 도시를 지나 또 데크길이 이어진다. 포르투갈 카미노는 정말 걷기 좋다. 대부분 평지에 길도 다 정비가 되어있다. 풍경은 어제와 비슷해서 솔직히 감동은 조금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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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음이 빠르긴 한 것 같다. 앞에 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쳐 나갔다. 규화가 시계를 확인해보니 우리는 평속 5.9km로 걷고 있다. 평소에 걸음이 빠른 나를 엄청 크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쫓아오는 규화가 대단하다.

앞에 나무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도장도 찍을 수 있고 다양한 카미노 액서서리가 걸려있다. 앞에는 돈 통이 있다.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카미노 목걸이를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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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포르투갈이라고 적힌 큰 비석이 있었으면 같이 사진찍고 싶었는데 그게 안 보인다. 그 대신 도로 하나를 꽉 채우는 대왕 화살표가 보인다. 너무 멋진 사진을 찍었다. 뒤에 오시는 할머니 둘이 우리가 서로 사진 찍어주는 것을 보고 둘이 같이 사진을 찍어 주셨다. 우리도 할머니들 사진을 찍어드렸다. 아주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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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각자 가방 메는 스타일이 다 다르다. 보통 가방을 몸에 딱 붙여서 힙벨트를 하는게 정상인데 45도쯤 기울여서 메고 가는 사람들, 힙벨트를 가슴까지 올려 멘 할아버지. 가방을 뒤로 축 쳐지게 메고 어깨에 걸치고만 있는 한국 여자분. 대화를 하게 되면 꼭 그렇게 메면 안된다고 알려드리고 싶지만 괜한 오지랖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어제보다 두배 넘게 걸었다. 왼쪽 발 뒷꿈치가 아프다. 물집이 잡힌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해 놓은 알베르게 가기 직전에 큰 마트가 있어 콜라 하나랑 맥주 하나 사서 마시며 앉아서 좀 쉬었다. 나도 힘들고 규화도 이제 힘든 것 같다.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만실이다. 우리 앞에 서양여자 둘이 체크인 안내를 받고 있는 걸 보니 간발의 차이였던 것 같다. 어떡하지하고 절망하는데 알베르게 직원이 다른 호스텔에 전화해서 45유로짜리 개인방이 하나 남아있는데 가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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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호스텔은 깔끔하고 방도 좋았다. 침대 하나에서 규화가 같이 자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전혀 상관은 없다. 얼른 씻고 빨래도 해서 널고 좀 쉬다 장을 보러 갔다.



오늘도 역시 삼겹살이다. 왜냐하면 삼겹살이 너무 싸다. 거기다 쌀도 사와서 규화가 밥을 하고 빵과 햄과 치즈를 사서 내일 먹을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고추피클도 샀다. 와인과 함께 배터지게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맛있는 걸 즐겁게 먹기 위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역시나 오늘도 눕자마자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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