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실 좋은 침대에서 규화가 함께 잠을 잤다. 덩치가 큰 규화와 함께 자기엔 침대가 조금 작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잤다. 어제 규화가 해놓은 라밥을 데워서 아침으로 먹고 아침으로 먹으려고 했던 샌드위치는 가방에 넣었다. 오늘은 24키로 정도 걸을 일정이다. 오늘도 7시반쯤 알베르게를 나와서 걸었다.
오늘 목표한 알베르게에 침대가 많이 없다는 소식과 어제 만실이었던 것을 교훈삼아 부지런히 걸었다. 원래 코스대로라면 해안가를 걸어야 하지만 도시를 가로질러 빨리 가기로 했다. 오늘은 흐리다. 차가 다니는 도시를 걷다 보니 풍경이 다 똑같다. 목이 말라 앉아서 쉬면서 어제 사놓고 다 못마신 맥주 한캔을 중간에 깠다.
두시간 넘게 지루한 도시를 걷고 다시 정규루트로 복귀했다. 하늘이 다시 맑아지고 햇볕이 내리쬔다.
앞에 가는 사람들 수십명을 제꼈다가 우리가 잠깐 쉬면 다시 그들이 앞으로 갔다가 엎치락뒤치락하며 계속 걸었다.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산길이 나왔다. 그래도 길이 잘 정돈되어 있고 평지라 걷기 좋았다. 옆으로는 맑은 물이 있는 시냇가가 나왔다가 작은 폭포도 보였다.
드디어 큰 도시가 나왔다. 그리고 그 도시로 가기 위에 철로 된 초록색 긴 다리를 걸어야 한다. 다리에 오르니 넓은 차도 양 옆으로 작게 설치된 보행자 도로는 불안정하게 조금 흔들린다. 밑을 보니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 거대한 물이 흐르고 있다. 무섭다. 그래도 거기서 보이는 풍경을 최대한 감상하려고 노력하며 사진을 찍었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1시가 조금 넘었다. 알베르게 앞에는 이미 열명정도가 가방을 내려놓고 줄을 서서 땡볕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가방을 내려놓았다.
체크인은 3시부터다. 알베르게 직원이 나오더니 안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서도 한 시간 넘게 한참을 더 기다렸다. 우리 다음으로도 순례자들이 계속 들어와서 줄이 뒤로 점점 길어진다. 3시가 되고 차례로 체크인을 했다. 오늘은 1층 침대다. 창문 바로 옆 끝자리에 자리잡았다.
늦게 들어간 만큼 얼른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고 마트로 가서 수박을 사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수박과 맥주는 꽤 잘 어울린다. 몰랐던 사실이다.
잠깐 낮잠을 자고 도시도 구경할 겸 나갔다가 스시부페에 갔다. 알베르게에 주방은 있지만 조리기구가 부족해 처음으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7시 오픈이다. 15분 정도 앉아서 기다리다 들어갔다. 초밥과 볶음밥과 볶음면을 담아 허겁지겁 먹었다. 접시를 비우고 다음으로는 고기와 튀김류를 가져와서 또 먹었다. 와인도 한 병 시켰다.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것을 보니 생선과 날새우와 날고기를 주방에 가져다 주면 구워서 주는 것 같다. 우리도 종류별로 접시에 담고 야채도 담아서 주방에 주니 맛있게 구워 준다. 나는 특히 닭고기 꼬치와 흰살생선 구이가 맛있었다. 그리고 한 접시 더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었다. 괴로울 정도로 먹었다. 배가 찢어질 것 같다.
숙소로 바로 가면 안 될 것 같아 소화도 시킬 겸 좀 걸었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시끄럽다. 포르투갈에서 처음 들어보는 경적소리다. 자동차 안을 보니 다들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오늘 축구경기에서 FC Porto가 이겼나 보다. 저 높은 건물 창문에서도 초록색 옷을 입고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오늘도 즐거운 카미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