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서 스페인 가기
오늘은 배를 타고 스페인으로 가는 날이다. 아침 7시 반 배를 예약해 놔서 아침에 좀 여유가 있었다. 6시반 쯤 일어났다. 1층 침대였지만 한 공간에서 모두가 같이 자는 난민촌 같았던 숙소 때문에 엄청난 코골이를 경험했다. 탱크가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자다 깨다 하다 아침에 간신히 잠들었는데 사람들이 일어나는 소리에 나도 깼다. 먼저 짐을 싸놓고 주방으로 가서 어제 해 놓은 까르보나라를 데워먹었다. 간단히 씻고 7시 15분쯤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앞에 작은 보트에는 서양인 여자 세명이 타고 있었다. 어떤 남자분이 예약했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름을 확인하고 작은 보트에 타라고 한다. 보트에 타니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하고 바로 출발한다. 5분쯤 가서 작은 강을 건너니 스페인이다. 역시 EU라서 그런지 입국수속 같은 것은 없고 사장님은 우리를 내려주고 다시 배를 타고 포르투갈로 가버린다. 바로 스페인 산티아고길 시작이다.
선착장에서 조금 걸어가니 포르투갈에서 그렇게 찾던 산티아고 비석이 나온다. 반갑다. 감사인사도 오브리가도 (Obrigado)에서 그라시아스 (Gracias)로 바뀌었다. 30분쯤 걷다 보니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더니 한바탕 쏟아진다. 지붕이 있는 건물 밑으로 피해서 얼른 레인자켓을 빼서 입고 가방에 걸어서 말리던 수건과 순례자 여권도 넣고 조금 걸으니 다시 해가 뜬다.
스페인의 해안가는 뭔가 조금 더 웅장한 느낌이다. 비가 그치고 저 멀리 바다에 선명한 대왕 무지개가 뜬다.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선명한 무지개는 처음 본다. 비 온 다음이라 그런지 모든 색깔이 더 뚜렷하고 예뻐 보인다. 포르투갈보다 더 자주 나오는 산티아고 표식도 반갑다. 길도 훨씬 더 정돈되어 있다.
너무 예쁜 스페인의 길을 즐기며 오늘 목표했던 오이아 (Oia)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려고 했던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다. 1시가 좀 넘었다. 원래는 여기서 하루 자고 버스로 비고 (Vigo)까지 가려고 했었다. 플랜 B다. 오늘 그냥 비고로 넘어가자. 2시 38분에 비고로 가는 버스가 있다. 성당에서 여유롭게 쉬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제 시간에 버스가 딱 오고 짐 칸에 짐을 싣고 버스를 탔다. 좌석이 넓고 사람도 별로 없는 쾌적한 버스다.
버스에 타고 풍경을 좀 보다 곯아떨어졌다. 비고까지는 두시간이 좀 안되는 거리지만 40키로 정도를 줄였다.
종점인 비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대도시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30분정도 거리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얼른 샤워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렸다.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어서 손빨래해서 널어놓으면 안 마를것 같았다.
좀쉬다 건조기에 빨래를 돌려놓고 장을 보러 나왔다. 여기 숙소는 주방은 있지만 조리도구가 아무것도 없다. 간단한 음식과 맥주와 내일 먹을 빵을 좀 사서 왔다. 빨래를 빼서 정리하고 사온 바게트빵에 햄과 하몽과 치즈를 넣고 맥주와 맛있게 먹었다. 기다란 바게트빵을 하나 다 먹으니 꽤 배가 부르다.
큰 도시에 온 김에 타파스바에 가서 간단하게 한잔하기로 했지만 배도 부르고 괜찮아 보이는 타파스바도 없다. 비고가 굴이 유명하다고 해서 오이스터 스트리트도 가봤지만 늦게 가서 문을 다 닫았다. 이 도시는 9시 50분쯤에 해가 진다. 숙소 앞에 스코틀랜드 음악 동호회 같은 분들이 광장에 빙 둘러서 연주를 하길래 숙소에서 맥주를 가지고 나와서 감상하며 마셨다.
스페인의 첫 느낌은 낭만적이고 열정적이다. 그리고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