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포르투갈길 6일차

by nelly park


오늘은 조금 일찍 출발해보기로 했다. 해가 뜨기 직전 7시로 약속했다. 10유로의 알베르게는 쌌지만 침대가 최악이었다. 2층 침대 윗자리에 잤는데 1층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침대 전체가 흔들린다. 1층에 자고 있는 서양인 아주머니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힘차게 몸부림쳤다. 덕분에 또 몇 번이나 깼고 코고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못 잤지만 조금 더 일찍 출발하기로 해서 불 꺼진 방을 나와서 복도에서 짐을 쌌다.

어제 사온 빵과 주스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밝은 아침과 적당히 쌀쌀한 바람 그리고 아직 꺼지지 않은 가로등이 운치 있다. 해가 희미하게 뜨기 시작한다. 조금 걸으니 카페가 보여 바깥에 자리잡고 앉았다. 커피를 시키고 얼음을 따로 더 달라고 시켜서 섞으니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완성되었다. 하늘이 분홍빛으로 변하더니 동그란 해가 솟아오른다. 멋진 아침이다.

20250520_074647.jpg
20250520_071539.jpg
20250520_073106.jpg


오늘은 폰테 삼파이오 (Ponte Sampaio)에 숙소를 예약해 놨다. 카미노를 걸으며 처음 있는 일이다. 항상 숙소에 방이 없을 까봐 불안해하며 앞에 걷는 사람들은 다 경쟁자처럼 느껴 졌었는데 잘 곳을 예약해 놓으니 모처럼 여유가 생기고 느긋해 졌다. 27키로를 걷는 여정이지만 적당히 쉬어 가며 잘 걸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카미노를 걷는 동안 가장 많은 오르막길이 있었지만 즐겁게 걸었다.

20250520_132039.jpg
20250520_131807.jpg


폰테 삼파이오로 가기 500미터 전에 나오는 오래된 돌로 된 다리가 인상적이다. 붉은색 지붕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게 멋지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숙소 옆 식당으로 가서 큰 생맥주를 시켰다.


“우나 까냐 그란데! (Una cana grande!)


스페인어로 생맥주 큰 거 하나 주세요다.


20250520_135508.jpg
20250520_135418.jpg


그러고 보니 카미노를 걸으며 생맥주는 처음이다. 항상 마트에서 장보며 마시는 캔맥주가 다였다. 처음 맛보는 생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앞으로 모든 도시에서 한잔씩은 꼭 맛보고 싶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일찍 장을 보러 갔다. 오늘은 닭다리로 백숙을 해먹고 삽겹살도 구워 먹을 계획이다. 값싸고 질 좋은 고기와 와인 두 병을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밀린 일기를 쓰는 동안 규화가 닭 손질을 해서 냄비에 넣고 물을 붓고 불을 올렸다. 시간이 조금 걸릴거라고 한다. 3일치 밀린 일기를 쓰는 건 쉽지 않다. 매일 같은 사람과 비슷한 길을 계속 걷는 날의 연속이라 큰 이벤트가 많지 않다. 최근 몇년동안 책을 멀리해서 아름다운 풍경과 기분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도 생각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걷고 숙소에 들어오면 씻고 장을 봐서 밥해먹기에 급급해서 일기를 안쓰고 자게 된다.

일기를 다 쓰고 내가 고기와 피미엔토를 구웠다. 피미엔토는 작은 피망 같은거다. 규화가 밥도 했다. 배터지게 먹었다. 와인도 맛있고 백숙도 맛있고 술이 좀 올라서 보는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바깥 풍경도 예쁘다.


20250520_191922.jpg


매거진의 이전글카미노 포르투갈길 5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