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포르투갈길 8일차

by nelly park


역시나 어딜 가든 코골이들은 있다. 모두들 피곤하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또 새벽에 한번 깼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늦은 출발이다. 오늘은 17 키로 정도만 걸으면 된다. 하루에 걷는 거리는 알베르게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데 까미노를 걷다보면 마을들이 나온다. 까미노 닌자앱에 나와있는 마을에 알베르게의 컨디션이 괜찮은지 주방은 있는지. 가격은 어떤지. 근처에 마트가 있는지 등으로 결정하는데 어제 많이 걷고 오늘은 조금 걷는 이유는 순전히 예약해 놓은 다음 알베르게 때문이다. 오늘도 미리 알베르게를 예약해 놓았다.

어제의 반정도만 걸으면 된다. 어제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은 또르띠아를 아침으로 먹고 7시쯤 넘어서 천천히 나왔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두시간쯤 지나서 나온 마을에서 커피 한잔했다. 커피랑 아이스를 다른 컵에 담아 달라고 주문하니 컵에 얼음이 달랑 하나만 있다. 미지근한 아아다. 그래도 걷다가 마시는 커피 한잔은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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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앉은 김에 어제 하다 실패한 ETA 비자를 다시 신청해보기로 했다. 한국 유심을 꽂고 전화를 해도 안 된다. 어플로 들어가서 일시정지 해제를 하려고 하니 계속 오류가 뜨고 처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 어찌어찌 해외 발신으로 114에 전화하니 드디어 상담원이 연결되었다. 너무 반갑다.


“안녕하세요. 지금 해외에 있어서 한국 전화번호를 일시 정지해놓고 왔는데 잠깐 해제하고 싶어 서요.”


“혹시 어떤 일 때문에 그러 실까요?”


“영국비자 신청 때문에 카드를 인증해야 하는데 한국전화번호로 인증해야 돼서 잠깐만 일시정지를 해제할 수 있을까요?”


“잠깐만 해제하는 건 어렵구요. 해제하고 다시 전화하셔서 일시 정지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실 까요?”


어쩔 수 없다. 일단 해달라고 했다. 일시정지가 해제되고 다시 ETA앱으로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름과 이메일을 쓰고 주소를 쓰고 여권번호를 쓰고 얼굴 사진도 찍고 로봇이 아님을 인증하기 위해 앱이 지시하는 대로 눈도 깜빡이고 얼굴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돌렸다. 드디어 카드 결제 페이지가 나오고 한국전화번호를 입력했더니 인증문자가 온다. 해냈다. ETA 비자 신청이 완료되었다. 이걸 하는데 한 시간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다시 조금 걷고 있으니 몇 분후에 비자가 나왔다고 메일이 왔다. 됐다. 이제 영국으로 갈 수 있다. 속이 후련하다.

한시간에 한번씩 쉬며 천천히 또 걸었다. 길 위에 음악가도 보고 나는 예쁜 꽃들을 사진 찍고 규화는 벽화나 동상을 찍었다. 우리는 사진 찍는 취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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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가 좀 넘어 마을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가기 전 슈퍼가 있어 삼겹살과 목살과 와인을 샀다. 제일 배부르고 만만한 메뉴다. 맥주도 샀다. 음식과 술을 가방에 넣으니 꽤나 무겁다.

알베르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씻고 맥주부터 한잔했다. 뒷마당에 넓은 정원과 빨래터가 있어 빨래를 하고 맥주 한잔 더 하며 쉬었다. 주방으로 오니 부킹닷컴 정보와 다르게 인덕션이 없다. 고기를 사왔는데 구울 곳이 없다. 다행히 밑을 보니 오븐이 있다. 규화가 고기에 대충 슥슥 간을 하더니 파스타와 함께 오븐에 넣었다. 후라이팬보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훨씬 바삭하고 노릇노릇한 고기 맛이다. 밥 먹고 있으니 한국인 부부가 온다. 한국말이 들려서 왔단다. 전세금 빼서 6개월 동안 여행중이라고 한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와인을 마시다 정원으로 옮겨서 한잔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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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걷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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