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첫인상은 별로

by nelly park


오늘은 걷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일어나서 남들 잘 때 어둠속에서 짐을 싸서 자는 사람들 깨울 까봐 조용히 밖에서 양말 신고 양치를 안 해도 된다. 그래도 7시쯤에 눈이 떠졌다. 오랜만에 1층 침대에서 푹 잤다. 물론 어젯밤도 코고는 소리에 깨긴 했다.

규화도 일어나서 같이 빨래를 모아서 세탁기에 돌렸다. 영국으로 가기 전 깨끗한 옷으로 싸악 빨아서 가고 싶었다. 세탁이 끝나고 젖은 빨래를 건조기에 옮겨놓고 어제 장볼 때 사 놓은 크루아상과 피자빵을 먹었다. 체크아웃은 9시반이다. 항상 일찍 나와서 못 느꼈었는데 알베르게의 체크아웃 시간은 너무 이른 것 같다. 빨래가 끝나고 가방을 쌌다. 지금까지 한달 반동안 여행하며 한 번도 안 쓰거나 거의 안 쓴 물건들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유투브를 하려고 비싼 돈 주고 인스타 360도 사왔지만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한국으로 보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원래는 계속 들고 다닐 생각이었지만 앞으로의 여행 일정이 나보다 훨씬 많이 남은 규화가 다음 여행지로 가기 전에 한국으로 부칠 짐이 있다고 해서 같이 부치기로 했다. 우체국으로 가서 짐을 부쳤다. 내 물건은 1.4키로 정도다. 앞으로 걸을 트레일을 생각하면 짐을 꽤 많이 줄였다. 무게로 돈을 나눠서 규화에게 25유로를 주었다. 한국에 가면 규화의 동생이 우리집으로 내 짐을 다시 부쳐 주기로 했다.

빨래도 끝났고 짐도 부쳐서 할 일을 다 끝내고 규화와 마지막으로 커피 한잔했다. 규화는 12시 반 포르투행 버스다. 같이 산티아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작별인사를 했다. 열흘동안 정말 의지도 많이 했고 즐겁게 함께 걸어준 규화다. 앞으로 규화는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일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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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건강하게 여행하길 빌고 나는 다시 대성당 쪽으로 걸어갔다. 내 런던행 비행기는 저녁 7시 35분이다. 시간이 많이 떠서 바가 모여 있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맥주 한잔을 시켜서 그동안 밀린 일기를 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성당 광장으로 가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조금 일찍 공항행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갔다.


너무 일찍 왔다. 4시간전이다. 체크인은 2시간 전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설렌다. 영국이라니.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같이 느껴진다. 이스탄불 에서처럼 큰 이슈가 없길 바란다. 트라우마가 생겨서 깨야 만한다.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었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메뉴는 이베리코 샌드위치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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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들었던 라이언에어에 탑승했다. 그 라이언에어는 아주 스무스한 비행으로 목적지인 런던 스탠스테드 (London Stansted) 공항에 45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기장이 방송으로 45분, 한번 더 45분 일찍 도착했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했다. 생각보다 질문을 많이 한다. 영국에 얼마나 있을거냐. 모르겠다. 왜 돌아가는 티켓은 없냐. 얼마나 있고 싶을지 모르니까. 돈은 있냐. 있다. 직업이 뭐냐. 영어선생님이다. 영국에서 뭐 할거냐. 주로 걸을거다. 어디 걸을거냐. 날씨보고 정할거다. 등등.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짐을 찾아서 나가는 길에 버스표를 끊었다. 리버풀 스트리트 (Liverpool street)행 버스다. 길을 물어보니 영어로 모든 걸 설명해줘서 너무 편하다. 버스 정류장을 바로 찾아서 쉽게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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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좀 넘게 간다. 내려서 다시 지하철로 갈아탔다. 지하철은 좀 헤맸다. 라인이 많다. 직원은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다. 그래도 잘 찾아서 지하철을 탔다. 한국 지하철에 비해 낡고 지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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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웨이 (Queensway) 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친절한 직원의 영어에 긴장이 풀린다. 아무 이슈 없이 영국에 도착했다. 토요일 밤이라 영국에 살고 있는 도원이가 연락 와서 놀러가자고 했지만 이미 11시반이다. 너무 피곤하다.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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