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하이랜드웨이
런던을 떠나는 날이다. 11시에 킹스크로스 (King’s Cross)역에서 글래스고까지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숙소에서는 대충 30분 정도 걸리니 10시쯤 나가면 된다.
배가 고파 간단하게 밥을 먹으러 나갔다. 어제 갔던 버거킹 옆에는 맥도날드가 있다. 싸고 간단하게 먹기엔 이만한 게 없다. 오늘도 버거 두개와 해쉬브라운 그리고 커피를 시켰다. 피쉬앤칩스를 마지막으로 먹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비쌀 것 같았다. 영국에서는 먹는 즐거움보다는 먹으며 버틴다는 느낌이 더 크다. 그만큼 모든 게 너무 비싸다.
10시쯤 안돼서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로얄 오크 (Royal Oak)역으로 걸어 갔다. 여긴 처음 가는 곳이다. 항상 베이스워터 (Bayswater)역과 퀸즈웨이역만 갔었다. 생각해보니 숙소를 정말 잘 잡은 것 같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하철역이 3개나 된다. 지하철을 타고 25분쯤 가니 킹스크로스역에 도착한다. 런던에서 제일 큰 기차역 답게 으리으리하다. 전광판에 알기 쉽게 목적지에 플랫폼 번호가 잘 적혀 있다. 적혀 있는 대로 플랫폼 0번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4시간 24분 예정이다.
멍하니 창밖을 보며 얼른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확실히 런던만 벗어나니 멋진 옛날 시골마을이 나온다. 초록색 들판이 펼쳐지고 소와 말이 풀을 뜯고 있다. 해안가를 따라 기차가 달리나 보다. 파란바다가 나오고 날씨는 변덕이 심해 비가 내렸다 금새 맑아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방송이 나온다.
“우리 기차는 15분 연착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15분 연착은 상관없는데 예정대로라면 나는 에딘버러 (Edinburgh) 역에 내려서 20분 기다렸다가 글래스고까지 가는 기차를 갈아 타야 한다. 과연 5분만에 갈아타는 플랫폼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혼자 끙끙 앓아봤자 답은 없다. 느긋하게 기다리자.
방송대로 도착 예정시간보다 15분 지나서 기차는 멈춘다. 멈추기 전부터 가방을 챙겨서 메고 바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기차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튀어나가서 글래스고행 플랫폼이 적혀 있는 전광판을 찾아 다녔다. 플랫폼 8번이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기차가 온다. 이 기차는 지정석이 아니라서 아무데나 앉았다. 50분쯤 걸려서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의 시작점인 물가이 (Milngavie)까지 또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얼른 티켓 키오스크로 가서 표를 끊었다. 15분 후 떠나는 기차다. 화장실이 가고 싶지만 화장실에 갔더니 50센트를 내란다. 40분만 가면 되니 참기로 하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작은 시골 마을인 물가이에 도착했다. Milngavie를 어떻게 읽는지 정확히 몰랐는데 기차 방송을 들어보니 물가이라고 발음한다. 여기 기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들머리가 있는데 원래는 숙소까지 두시간 동안 걸어서 갈 예정이었지만 하루 종일 이동했더니 지친다. 여기서 두시간이나 더 걸을 생각은 없다. 총 153키로 중 6키로 정도는 스킵해도 된다. 배도 고프다.
X10 버스를 타고 12분 이동해서 18분만 걸으면 오늘 예약해 놓은 캠프사이트다. 버스 운행 간격이 꽤 있어서 40분 있다가 온다. 기다릴 겸 들머리로 가서 시작점 비석 사진을 찍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되고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서 내렸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나와 같은 곳에 내린 남자분이 말을 건다.
“어디 가세요?
“캠핑장 가요”
“저도 거기 3일째 머물고 있어요 안내해 줄게요. 따라와요.”
스코틀랜드 발음은 듣기가 어렵다. 그래도 영어라서 말은 통하긴 한다.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샤워를 했는데 블로그에서도 런던의 숙소 직원도 조심하라던 밋지(midget) 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밋지는 작은 날파리 같은 건데 암놈은 모기처럼 사람을 문다고 한다. 수백 마리가 계속 얼굴 앞에 날아다닌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다. 미쉘이 준 버그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렸다. 그리고 배가 고파 햄버거를 시켜먹었다. 18파운드다. 비싸지만 무조건 먹으며 버텨야 한다. 조금 더 텐트밖에 앉아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공기도 차고 온몸으로 달라 드는 밋지 때문에 텐트안으로 도망쳐 들어와 문을 닫았다. 앞으로 최소 일주일 동안은 이것과 싸워야 하는데 처음으로 그냥 포기할까 생각이 든다. 괜찮겠지? 잘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