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넷쨋 날
아주 푹 자고 일어났다. 6시 반쯤이다. 텐트를 열어 밖을 보니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오늘 텐트 밖은 산이 아니라 바다다. 해는 바다 위로 뜨지 않는다. 일본의 바다는 우리나라의 동해 쪽이다. 반대쪽을 보니 희미하게 해가 밝아온다. 간밤에 은정이는 악몽을 꿨나 보다. 앓는 소리를 내며 잔다. 연수와 건우는 어젯밤 우리가 들어가고 한참을 더 놀았는지 아직 꿈나라다. 오늘은 서둘러야 하는 일정이 없어서 친구들을 깨우지 않고 한참을 서서 바다를 구경했다.
8시쯤 되어서 건우가 일어나서 텐트를 나온다. 어제 캠핑장에 도착해서 서둘러 집 짓고 밥 먹느라 못 본 캠핑장도 둘러봄 겸 같이 산책을 나갔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멋지다. 산책하다 먼저 산책 나 온 은정이를 만났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연수도 일어나서 어제 사온 컵라면 물을 끓이고 물이 끓는 동안 시원한 맥주 한 캔씩 했다. 아침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빈속에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다. 그리고 일본에 오기로 결심하고 부터 계속 먹고 싶었던 야끼소바맛 UFO 라면도 너무 맛있다. 입가심으로 커피도 한 잔씩 끓여먹고 천천히 짐을 정리했다. 오늘은 텐트 생활을 벗어나 도시에서 자는 날이다. 텐트를 걷기 전 바다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가방을 싸서 차에 싫었다. 차를 타고 리셉션에 내려서 전기선을 반납하고 분리수거도 야무지게 하고 출발했다. 11시쯤이다.
가는 길에 밥을 먹기로 했다. 하도 미사키 캠핑장은 바닷가에 있는 시골이라 밥집이 없어서 카라츠 시내까지 30분 정도 지나야 밥집이 나온다. 건우가 운전하는 동안 평점이 높은 식당들을 검색해봤다. 돈까츠 정식이 메인인 식당이 있다. 메뉴도 많고 평점도 좋아서 친구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좋다고 한다. 내가 지도를 보고 운전하는 건우에게 길을 알려주기로 하고 건우는 계속 운전했다. 직선 도로로 주욱 가다가 우회전 해야 하는데 작은 길이 많아 지나쳐 버렸다. 다시 오려면 유턴을 해야 되서 다른 곳을 찾아보니 5분정도 거리에 함바그집이 있다. 다들 또 좋다고 한다.
큰 주차장이 있는 작은 함바그집에 들어가서 함바그 정식에 교자를 추가하고 맥주를 시켰다. 길을 잘못 들어서 우연히 온 가게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함바그를 구우면 겉면은 조금 타서 딱딱해야 하는데 겉면도 부드럽고 젓가락으로 살짝 쪼개니 육즙이 튀어나오면서 안쪽은 더 부드럽다. 간도 딱 맞다. 교자도 바삭바삭하게 너무 잘 구웠다. 다들 맛있다고 난리다. 리액션 귀신 은정이는 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여행이 끝나고 친구들에게 일본 와서 먹은 음식 중에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물어보니 셋 다 여기 함바그라고 했다. 여기 때문에 또 일본에 와야겠다.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엔 카페를 찾아봤다. 연수가 찾은 바닷가가 보이는 예쁜 카페에 갔다. 서핑샵과 같이 운영하는 카페라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커피를 받아서 나가는데 일본 커플이 너무 귀여운 시바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건우가 물어본다.
“넬리야 만져봐도 되나요를 일본어로 어떻게 해?”
일본 커플은 흔쾌히 괜찮다고 하고 친구들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시바견과 즐겁게 놀았다.
다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서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차를 반납하기 전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연수가 예약해 놓은 에어비엔비 앞에 차를 주차하고 연수가 내려서 주소를 확인하고 올라갔다가 시무룩한 얼굴로 내려온다.
“얘들아 멘붕이야. 방에 문 열고 들어갔는데 사람이 있는거야. 예약을 잘못했어. 2월 21일에 예약해야 하는데 3월 21일에 했어”
우리 모두 멘붕이다. 갑자기 잘 곳이 없어졌다. 시계를 보니 2시다. 3시까지 차를 반납해야 해서 일단 렌트카 업체로 가서 차를 반납했다. 그리고 업체 앞에 짐을 놔두고 넷이서 앉아서 오늘 잘 곳을 검색했다. 당일 예약이라서 방이 없다. 방이 있어도 토요일이라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다행히 연수가 넷이서 묵을 수 있는 작은 방을 찾았다. 원래 예약했던 곳보다 방은 작고 가격은 두배지만 하는 수 없다. 여기라도 가야 한다.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거리에 한번 갈아타야 해서 기운도 빠지고 짐도 많아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일본도 카카오택시가 잡힌다. 택시를 타고 하카타역 근처에 내렸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4층 방이다. 얼른 가방을 메고 올라가서 짐을 풀었다. 방은 깨끗하다. 그리고 각층에 침대 하나씩 복층으로 되어 있다. 1층 침대에는 건우와 내가 2층 침대에는 연수와 은정이가 쓰기로 하고 한 명씩 돌아가며 씻었다. 네 명이 돌아가며 씻는 동안 푹 쉬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깨끗하게 씻고 각자 아웃도어가 아닌 여행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하카타 역 근처를 걸었다. 시골에만 있다가 도시에 오니 먹고 싶은 음식들이 너무 많다. 오늘은 다양한 많은 것을 먹어봐야 하기 때문에 메뉴를 신중하게 생각했다. 걷다가 보니 골목에 사람들이 줄이 서있다. 검색해보니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교자집이다. 줄 서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자하고 기다렸다.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메뉴판에 있는 네 가지 종류 교자를 하나씩 시켰다. 그리고 맥주도 시켰다. 여기는 교자 사이즈가 작은 ‘한입 교자’로 유명한 곳이다. 교자가 작다. 오리지널, 마늘맛, 물만두, 흑돼지 만두를 다 하나씩 먹어봤다. 나는 흑돼지 만두가 제일 맛있었다. 교자집에 들어가기 전에 다짐한 것이 있다. 배고프다고, 맛있다고 더 시켜서 먹지 말고 다른 음식 먹으러 가자고. 교자를 다 먹고 나와서 또 걷다가 이번엔 야끼토리집으로 들어갔다. 다양한 야끼토리를 시켰다. 여기는 연골 야끼토리가 정말 기가 막힌다.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식감이다. 연골이 한국보다 훨씬 커서 아삭아삭하고 쫄깃쫄깃하다. 당연히 맥주도 또 한 잔씩 했다.
배가 조금씩 차서 마지막으로 오뎅바로 갔다. 정말 유명한 오뎅바인가 보다. 가게는 너무 작아서 10명 남짓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다행히 우리가 기다리기 시작하고 다음으로 줄이 계속 길어진다. 여기도 30분 정도 기다렸다 들어갔다. 메뉴판에 있는 다양한 오뎅을 각자 시켰다. 그리고 고구마 소주를 온더락으로 시켰다. 유부 주머니가 너무 맛있다. 유부 주머니 안에 쫀득쫀득한 떡이 들어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몇 번 더 시켜먹었다.
옆 테이블에 사람들이 나가고 또 들어오고 하면서 어느새 가게의 손님들은 전원 한국인이다. 신기해서 사장님한테 물어봤다.
“지금 여기 한국인밖에 없는데 흔한 일인가요?”
“여기 2호점 생기고 나서 한국인들한테 유명해진 것 같아요. 덕분에 항상 한국인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한데 안 유명해질 수가 없는 것 같다. 넷이서 배터지게 먹고 계산서를 보니 15590엔이다. 오뎅으로 15만원치를 먹었다. 기분 좋게 취해서 4차를 가자고 하는 걸 편의점에서 맥주 사서 숙소에서 먹자고 합의봤다. 다들 손이 크다. 맥주만 살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먹을 것을 담는다. 양손 가득 들고 숙소로 가서 4일 내내 같은 멤버로 술을 마셨는데 뭐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또 한참 이야기하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