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시작

코르티나

by nelly park


베니스를 떠나는 날이다. 어제 산 안대 덕분에 빛에 상관없이 잘 잤다. 데니얼도 오늘 9시 기차로 뮌헨으로 떠나야 해서 7시반에 맞춰 놓은 알람에 나도 깼다. 데니얼과 작별 인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어제 아침에 갔던 숙소 앞 카페로 가서 파니노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오늘은 제대로 블랙커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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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고 숙소로 다시 가서 짐을 쌌다. 어제 산 우모복을 넣었더니 가방이 좀더 커지고 무거워졌다. 10시반 버스라고 해서 9시 50분쯤 출발해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10시쯤 도착해 코르티나(Cortina)로 가는 72번 버스를 찾아다녔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나같은 사람들을 몇명 만났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코르티나 익스프레스 버스를 예약했다고 한다. 그들도 10시 반 버스라고 한다. 버스 정류장 한 켠에 있는 ATVO 버스 회사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흰색 버스에 Express라고 위에 적힌 버스가 올 거라고 하고 티켓은 버스기사한테 사면된다고 한다. 그래서 같이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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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20분쯤 되니 버스가 온다. 짐을 싣고 버스 기사한테 티켓을 사려고 하니 이미 만석이라고 한다. 큰일났다. 앞으로 어떡하지. 베니스에 하루 더 있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든다. 다음 익스프레스 버스를 찾아보니 오후 4시 넘어서 있다. 4시 버스를 타고 3시간 걸려서 코르티나에 도착하면 이미 7시다. 트레킹 하기에는 너무 늦다. 얼른 폰으로 다른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10분후에 메테레스로 떠나는 버스를 타고 가면 거기 또 72번 버스가 있다고 해서 떠나려는 시내버스를 붙잡아 타고 메테레스로 갔다. 역시 여기도 72번 버스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2시에 떠나는 익스프레스 버스가 있다.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구글에 검색해서 일단 티켓을 예약했다. 그걸 타고 코르티나에 5시에 도착한다고 치면 그래도 3시간 정도 트레킹하면 야등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3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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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왔다. 이번 버스는 만석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 갈수 있음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창가 자리에 멍하게 앉아있다 1시간 좀 넘으니 바깥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제 산으로 올라가나 보다. 산 색깔이 하얀색으로 바뀌고 옆으로 흐르는 물은 에메랄드 빛이다.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에 도착했다. 5시다. 아까 베니스 버스 정류장에서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이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나를 발견하고 환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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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려고 했던 소라피스(sorapis) 호수는 못 가겠다. 등산코스가 3시간에서 3시간반 거리다. 무조건 야등이다. 배가 고프기도 하다. 지도를 찾아보니 2키로 거리에 캠핑장이 나란히 3개 정도 있다. 일단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모든 식당이 다 6시반 저녁식사 오픈이라고 한다. 하는 수없이 마트에서 사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샌드위치 3개, 작은 맥주캔 4개 그리고 음료수를 사서 슈퍼 앞에 앉아서 샌드위치 하나와 맥주 한 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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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내린 곳에서 만난 영국 친구들과 같이 캠핑장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나온 로체타(Rochetta) 캠핑장은 23.5유로다. 생각보다 비싸서 맞은편에 코르티나 캠핑장은 세명에 57유로라서 여기서 자기로 했는데 나 혼자 체크인 하니 25유로다. 어떻게 도미토리 방보다 캠핑이 더 비쌀까. 유명 관광지라 그런 가보다. 어쩔 수 없다. 텐트를 치고 사온 샌드위치 하나 더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평화롭다. 내일은 진짜 돌로미티에서 멋진 뷰를 보며 하룻밤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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