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항상 특별한 인연의 연속이다

하노이

by nelly park

온 세상이 뿌연 하롱베이의 아침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비 때문에 흐릿흐릿하게 보이는 돌산 사이로 어제는 초록빛이었던 바다가 쉴새 없이 튀는 물 때문에 이제 하얗게 보인다. 여기는 저승 가는 길일까 아니면 신선이 사는 곳이 이렇게 생겼을까. 아무튼 현실이랑 아주 멀다.


바다를 보며 멍하게 앉아 있으니 조금씩 비가 잦아든다. 간단히 맛있는 베트남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배는 다시 육지로 가는듯하다. 생각보다 우리는 바다 한 가운데에 있나보다. 한참을 간다. 배는 점심시간이 좀 넘어서야 선착장에 도착한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하롱베이를 뒤로하고 다시 미니벤을 타고 하노이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해지려 한다. 녹초가 되었다.


“넬리야 저녁 먹어야지? 회 좋아해?”


가리는 거 없이 다 좋아한다고 했더니


"베트남에 다금바리가 그렇게 싸고 맛있대”


나는 다금바리라는 생선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일단 맛있다고 하니 각자 숙소로 가서 좀 씻고 8시까지 형님들 숙소 앞에 모여 택시를 타고 형님들이 예약해 놓은 한인 횟집으로 갔다.

그날 따라 다금바리는 없고 돔은 어떠냐고 하시는 사장님 권유대로 돔 회를 먹었다.


'음 맛있는 생선이군'


그리고 이어 나오는 철갑 오징어 회.


'이건 정말 녹는구나. 형님들 따라오길 정말 잘했다.'


어렸을 때 오징어 덕장을 하셨던 할머니 덕분에 질릴 정도로 오징어를 먹으면서 컸던 나는 오징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도 철갑 오징어는 정말 깜짝 놀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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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은 내일 저녁 떠난다. 마지막 날이라 사치도 부릴 겸 소주도 한병 시켰다. 귀한 소주라 한 병으로 다 같이 나눠 먹었다. 그리고 각자 돈을 내려는데 형님들은 한사코 사양하신다.


"다음에 한국에 오면 맛있는 거 사. 어차피 오늘 마지막 날이고 남은 베트남 돈 다 쓸꺼야"


그렇게 그 비싼 회와 소주를 다 쿨하게 계산하셨다.


술을 거의 마시지는 않았지만 해장겸 아침으로는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쌀국수라는 것 자체를 처음 알았다. 로컬 느낌 물씬 풍기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른 가게들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앉아있길래 직감적으로 맛집인걸 느꼈다. 다같이 똑같은 소고기 쌀국수를 시켰다.


국수에 대파가 들어있다. 분명히 국수만 사람수대로 시켰는데 길죽한 빵 같은거도 나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국수 국물에 빵을 찍어서 먹는다. 국수에서는 태어나서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이 난다. 어떤 향신료를 쓰는거지.


일단 배가 고프니 국수를 입에 넣고 빵도 국물에 찍어먹어 봤다. 맛이 진하다. 몇날 며칠을 고은 사골국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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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아침을 먹고 하노이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이드북 없이 돌아다니는 우리와 다르게 형님들은 가이드북이 있다. 책에 나온 하노이에 가봐야 할 곳 몇 곳을 돌아다녔다. 하노이에 나름 오래 있었는데 숙소 근처랑 하롱베이만 갔다와서 가본 곳이 별로 없었다.


호안끼엠 호수로 가봤다. 주말이라 그런지 산책 나온 베트남 가족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박물관 같은 곳을 가봤다. 박물관에 관심이 정말 하나도 없지만 볼만했다. 베트남 역사를 좀 더 공부해왔으면 더 흥미로웠겠지. 여기저기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 다같이 걸으면서 둘러보는 게 재미있다. 꽤 먼 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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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목욕탕 의자같이 생긴 의자에 앉아 베트남 커피를 마시니 꿀맛이다.


이제 슬슬 이별의 시간이 온다. 형님들은 이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한다. 생각해보면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생각없이 그냥 말을 걸었을 뿐이다. 한국 남자 셋이서 두리번거리면서 뭔가를 찾고 있길래 던진 안녕하세요 한마디가 여기까지 우리를 끌고 왔다.


우리는 형님들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아 미안하고 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반대로 형님들은 우리를 만나서 여행이 훨씬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그때 넬리 너가 우리한테 말을 안걸었으면 우리 여행이 이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꺼야. 진짜 너무 고맙다.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해. 우리집에 살아도 되니까 무조건 놀러와. 형이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께”


그렇게 형님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형님들은 약속을 지켰다. 한국가서 연락했더니 정말 십원 하나 못쓰게 하고 집도 내어주고 끼니때마다 오셔서 밥해주고 차로 다 구경시켜주셨다.


여행에서 만난 인연은 그렇게 소중하고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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