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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ug 26. 2019

하롱베이

동남아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하롱베이를 가보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여행사 신카페. 지도를 보며 신카페를 찾아다녔다. 베트남인은 천재가 틀림없다. 신카페가 너무 많았다. 100개는 있는 거 같다. 신카페가 잘 된다는 소문을 듣고 여행사 이름을 다 신카페로 바꾼 것이다. 어디가 진짜 신카페인지 알 수가 없어 그냥 숙소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서 하롱베이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일찍 형님들 호텔앞에 모였다. 픽업벤을 타고 하롱베이로 향했다. 다들 퉁퉁 부은 눈으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로 요기를 하고 픽업벤을 타고 하롱베이로 향했다. 가는 동안 밖을 구경할 여유는 없었다. 편하지 않은 작은 미니벤이었지만 다들 다시 곯아떨어졌다. 잠깐 눈을 깜박한 사이에3시간이 흘러 선착장에 도착했다. 

 


바다인지 강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초록색 물 위에 기암괴석들이 끝도 없이 떠있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해 운치를 더했다. 선착장엔 나무로 만든 알록달록한 배들이 정말 많았다. 어떤게 우리 배일까 하고 두근두근거린다. 옆을 보니 우리 일행 말고도 많은 미니벤이 나란히 서 있다. 거기서 나온 다른 여행자들이 각자 배에 올라타고 하나둘씩 흩어진다. 저 배만은 제발 아니길 한 작고 초라한 배는 이미 출발을 하고 적당히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CANH BUOM 8’ 라고 적힌 배에 올라타란다. 그리고 우리를 하노이에서 여기까지 태워온 운전기사는 가버리고 배 선장님에게 맡겨졌다. 

 


배를 타고 기암괴석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초록색 물위에 버섯처럼 끝도 없이 우둘투둘 솟아 있는 돌섬들이 가까이서 보니 또 다르게 보인다. 먼지가 묻은 흰색 집에 초록색 지붕을 얹은 것 같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뿌옇게 가려져 있던 진짜 하롱베이가 보인다. 

 

이 세상이 아닌 듯한 풍경도 멋지지만 물 위에 저마다 수상 가옥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베트남 특유의 좁고 기다란 나무배를 타고 물위의 집집마다 돌아 다니며 과일 같은 먹을 것을 사고 파는 것도 인상적이다. 물위에서 생활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물이 깨끗할 수는 없나보다. 배변물이 떠다닌다. 그걸 발견하고 웃고 있는데 가이드가 말한다.

 

“같이 수영할 사람??”

 

우리 모두는 아무말도 못하고 얼어버렸다. 

  

가이드는 그런거 신경 안쓰는 거 같았다. 윗통을 벗더니 그냥 풍덩하고 뛰어들어 버린다. 

 

베리 굿! 점프! 점프!”

 

가이드는 물 위에 떠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뛰어내리라고 외친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아무리 베리굿이라도 똥하고 같이 수영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롱베이를 수영으로 즐기는 대신 바다 카약킹으로 느껴보기로 했다. 

 

다같이 구명조끼를 챙겨입고 큰 배에서 내려 작은 카약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천천히 노를 저어 돌섬 사이들을 이곳저곳 다녔다. 배에서 맥주도 한 두캔 챙겨서 노를 젓다 피곤하면 한잔씩 하며 여유를 즐겨봤다. 물론 여유속에 긴장감은 있었다. 까딱 잘못해서 카약이 뒤집어 지기라도 하면 구명조끼 때문에 죽지는 않겠지만 똥물 샤워다. 여유롭게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했다. 

 

한 두시간 카약킹을 하고 다시 배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쉬려고 했더니 이번엔 동굴 투어를 간단다. 참 알찬 투어다. 100불에 모든 게 다 포함되어 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가는 왕복 교통에 밥도 다 주고 카약킹도 하고 동굴도 보여주고 배에서 하루 숙박도 한다. 


베트남에서 제일 큰 천연동굴이라고 한다. 별로 관심은 없어 이름은 기억 나지 않는다. 막힌 공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는 동굴을 안 들어가고 그냥 동굴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하롱베이를 구경하고 도착 포인트에서 기다리려고 했었다. 

 

그래도 다 같이 왔으니 잠깐만 들어갔다 보고 같이 나가자”

 

형들이 설득해서 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동굴은 정말 규모가 엄청나긴 했다. 다른 동굴이랑 다른 건 동굴인데 시원하지 않다는 거다. 습하고 덥다. 동굴 자체가 커서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가. 땀이 비오듯이 오고 동굴 투어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차라리 더 시원하다. 

 

동굴밖에서 바라본 하롱베이

다시 배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 밖의 엄청난 소음에 잠이 깨었다. 이상하다 싶었다. 분명히 난 물위에 떠있었다. 시끄러울 리가 없는데 하고 창문을 열어보니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미친 듯한 천둥번개도 쳐댔다. 이러다 물에 휩쓸려 떠내가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도 못한 양의 비가 큰 바가지로 붓는 듯 쏟아지고 있었다. 비 오는 하롱베이는 아름답다 못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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