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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ug 24. 2019

베트남 호텔

하노이

호텔을 박차고 나오자마자 아차 싶었다. 베트남은 10시쯤이면 대부분의 호텔이 문을 닫는다. 체크인이 안되는게 아니라 아예 호텔 셔터문을 내려버린다. 호텔 직원과 실랑이 하다가 나오니 시계는 벌써 8시 반을 넘어서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몇몇의 호텔은 벌써 셔터문이 내려져 있었다. 그날 따라 축제날인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큰 배낭을 짊어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한 시간 정도 걸어서 간신히 20불짜리 호텔에 짐을 풀었다. 그냥 쉬고 싶었다. 가격 흥정할 힘도 없고 문을 다 닫아 흥정할 호텔도 없었다. 

 

샤워를 하고 바로 침대로 직진하여 그대로 뻗었다. 그때였다.

 

으아아아!!!!”

 

그레이스가 소리쳤다. 나는 너무 놀래서 물었다.

 

왜 그래? 무슨일이야?”

 

그레이스가 기겁하며 말했다.

 

저기 쥐가 있었어..”

 

열심히 찾아봤지만 이미 쥐는 사라진 후였다. 그래서 난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그레이스가 소리를 빽빽 지르기 시작했다.

 

방에 쥐가 있잖아. 어떻게 좀 해봐!”

 

나는 말했다.

 

쥐가 도망가고 없는데 뭘 어떻게 해 그냥 잠이나 자자”

 

그레이스는 더 흥분하며 말했다.

 

그럼 호텔 카운터에 전화를 해서 방을 바꿔 달라고 하던지 뭐 좀 해봐!”

 

너무 피곤해서 그냥 좀 자고 싶은데 옆에서 소리 지르니 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카운터에 전화해서 말했다.

 

지금 방에 쥐가 나왔으니 빨리 여기로 올라와서 어떻게 좀 해봐요”

 

그리고 5분을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자

 

지금 나랑 장난 해요? 온다고 한지 5분이 지났는데 지금 뭐해요? 게스트하우스도 아니고 호텔이라는데 쥐가 나오는게 말이 돼요? 지금 당장 여기로 올라오세요. 또 안 올라오기만 해봐요. 지금 와요 지금. 알았어요?”

 

나는 사실 그냥 자도 상관없는데 옆에서 보채서 난 짜증을 폭풍영어와 욕으로 죄 없는 메니저에게 풀었다. 메니저가 와서 방 이곳저곳 살펴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없는데요?”

 

나는 화난척 말했다.

 

그럼 쥐가 도망가지. 나 잡아가라고 그냥 있어요? 다 필요없고 딴 방으로 바꿔줘요.”

 

메니저는 곤란해 하며 말한다.

 

지금은 20불짜리 방이 다 풀이에요. 빈 방은 25불짜리 방 밖에 없어요. 5불 더 내시고 거기라도 가실래요?”

 

나는 황당해 하며 말했다.

 

아니 지금 이 방에 문제가 있어서 방을 바꿔달라는데 5불을 더 내라니 그게 말이 돼요? 아님 쥐를 잡아주시던가”

 

이렇게 실랑이를 20분 정도 벌이다 결국은 25불짜리 방으로 그냥 옮기게 되었다.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사람과 실랑이 해본적이 처음인 것 같다. 5불 업그레이드 된 그 방은 훨씬 더 넓고 뷰도 좋았으며 방에 개인 컴퓨터도 마련된 고급룸이었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이렇게 불만을 표현하면 편해질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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