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베트남 하노이는 지금까지 갔던 동남아의 어떤 도시들보다 혼란스럽고 사람이 많았다. 티비에서 보던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가 신호가 바뀌자마자 전속력을 내며 달리고 분명히 도로에 아무도 없는데 경적을 있는 힘껏 울리며 다녔으며 차선을 이탈해서 역주행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였다. 일단 항상 하던 대로 발품을 팔며 여러곳의 숙소를 구경하며 가격 대비 가장 좋은 곳을 찾으러 다녔다.
“Are you Mr. Nelly?”
한 호텔 앞을 지나가는데 현지인 남자가 말을 건다. 깜짝 놀래서 그렇다고 그러니
“아 여기 묵는 한국인 남자 세 명이 넬리씨를 기다리다 잠깐 밖에 나갔다 올 테니 여기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라오스에서 만난 형님들이다. 우리는 시간은 많은데 돈은 없어서 버스를 31시간이나 타고 왔고 형님들은 시간은 없고 돈은 있어서 비엔티엔에서 하노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했었다. 그건 그렇고 이 남자는 어떻게 내가 넬리인 걸 알았을까. 형님들은 내가 여기를 지나갈지 어떻게 알았을까.
30분쯤 쉬며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형님들이 손을 흔들면서 온다.
“오 넬리 왔어? 왠지 여기 지나갈 것 같더라고. 그래서 저 사람한테 너네 인상착의 알려주고 말 좀 전해 달라고 했지. 잘 만났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진짜 이건 인연을 넘어서서 운명이다.
“아직 숙소 없으면 여기로 해. 룸 컨디션 괜찮더라고”
“안그래도 물어봤는데 여기 하루에 30불이래요. 저희 예산에는 조금 비싸서 근처에 다른데 좀 알아볼게요”
제일 맏형인 띠동갑 석주 형님은 웃으면서 말하신다.
“그럼 우리가 반 내 줄 테니까 여기 있어. 우리는 짧게 와서 여유 있어서 괜찮아. 같은데 있으면 좋자나”
너무 고맙지만 그래도 사양하고 숙소를 잡고 다시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항상 하던 대로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하루밤에 15불이라는 걸 삼일 잔다고 하고 흥정해서 하루 10불로 해서 약간 변두리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침에 배가 고파서 쌀국수집을 찾으러 다녔다. 호텔에서 나와 아무데나 들어가서 아무 쌀국수나 시켜먹었다. 돌아다니다 아무 커피나 사서 입에 물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숙소가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지난밤에 우연히 찾은 호텔이라 어두워서 길이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호텔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호텔키는 프론트에 맡기고 왔다. 집을 잃었다. 툭툭을 잡아도 어디로 가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좁은 길에 미로같이 생긴 길을 돌고 또 돌았다. 근처에 호텔들은 다 비슷한 색깔에 비슷하게 생겼다. 지도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고 호텔 이름을 몰라 주위에 물어볼 수도 없고 미치겠다. 한 시간 정도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찾았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아침부터 고생해서 이틀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는 베트남 음식과 커피를 즐기며 푹 쉬었다. 숙소근처에서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날이 어둑어둑해져 8시쯤 숙소로 돌아갔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이 다급하게 우리를 찾는다.
“죄송한데 지금 당장 짐 싸서 다른데로 가셔야겠어요”
황당해서 우리는 물었다.
“갑자기 왜요?”
호텔 직원은 머뭇머뭇 하며 말한다.
“지금 손님들이 묵고 있는 방만 전기가 나가서 다른 숙소로 옮기셔야겠어요. 제가 다른 숙소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우리는 장난하냐는 말투로
“우리 방만 불이 안 들어 온다는 게 말이 돼요? 여기 다 불 켜져 있네요. 그럼 다른 방으로 옮겨줘요”
그러자 직원은 횡설수설 하며 다른 방은 안되고 다른 곳을 소개 시켜준다는 말만 계속했다. 분명히 빈 방 많은 거 다 보이는데. 누군가 우리방을 10불이 아닌 15불 제 가격을 주고 자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나 보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우리는 얼른 짐을 싸서 소개 시켜주는거 필요없으니 남은 이틀 치 돈이나 달라고 하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