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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ug 21. 2019

베트남가기 쉽지 않다

방비엥에서 하노이 가기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는 별로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다는 정보를 듣고 방비엥에서 수도 비엔티엔을 건너 뛰고 바로 베트남으로 넘어가기로 하고 어제 여행사에서 방비엥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가는 티켓을 한번에 결제했다. 

 

방비엥에서 덜컹덜컹 거리는 도로를 다섯 시간 정도 달려서 일단은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어제 분명히 여기서 두 시간 정도 기다리면 다른 버스가 와서 우릴 태우고 베트남으로 데려갈 거라고 했다. 시간도 남고 해서 밥이나 먹자하고 밥을 먹고 시간 맞춰서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버스가 없단다. 당황스러웠다. 

 

정류장에 있는 현지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방비엥에서 비엔티엔에 내리자마자 픽업벤이 와서 바로 다른 정류장으로 데려가서 거기서 베트남 하노이행 버스를 갈아타는거란다. 어제 다른 정류장으로 가서 타라는 말은 없었다. 그럼 미리 말해줬어야지. 버스 출발까지 15분 남았단다. 정신없이 택시를 잡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다들 우리의 급한 사정을 아는 듯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른다. 오늘 베트남으로 갈 생각으로 라오스 돈은 이미 다 써서 미국 달러 밖에 없었다. 다른 버스정류장까지 5분정도 가는데 15불을 달란다. 모르겠다. 그냥 가야했다.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그럼 15불 줄 테니 다 필요 없고 그냥 달려주세요.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그랬더니 여느 택시기사와 똑같이 대답한다.

 

"노 프라블럼"

 

아저씨는 정말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계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정류장 도착하자마자 15불을 던져드리고 뛰었다. 그 순간 50 미터 앞에 버스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팔 빠지게 손 흔들며 막아섰다. 다행히 버스가 멈춰섰고 앞에 있던 매표소 아저씨가 어디가냐고 물어보셨다.

 

"하노이요"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방비엥에서 버스타고 와서 다른 정류소에 내렸는데 픽업벤이 태우러 안와서 우리 지금 택시타고 급하게 왔어요"

 

흥분해서 원어민식 영어를 해버렸다. 동남아에서는 영어를 제대로 하면 반대로 못알아 듣는다. 아저씨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큰 배낭을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으니 버스 안으로 들어가셔서 기사 아저씨랑 얘기하시더니 손가락으로 오케이 모양을 그리며 타라고 하셨다.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90년대에 타고 폐차를 했을 듯한 한국어로 OK고속관광이라고 적혀있는 버스였다.

 


예정에 없던 우리가 타자 맨 뒷자석에 있는 쌀가마니들을 의자 밑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신히 두 자리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따로 앉았다. 앞자리에는 다 현지인들이 타고 있었고 맨 뒷자리 다섯 자리 중 두 자리는 쌀가마니로 꽉 차있었다. 라오스는 특별한 운송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버스에 짐을 가득 싣고 나르나 보다. 

나는 오른쪽 창가에서 두 번째에 앉았다. 내 옆에는 독일 여자가 앉았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내 엉덩이의 두 배정도 크기의 엉덩이를 소유하고 있던 그 여자는 내 의자의 반을 차지 했다. 오른쪽에는 쌀가마니가. 왼쪽에는 그 여자의 엉덩이 반. 발 밑에도 쌀가마니 두 개. 나는 의자 반에 내 엉덩이 두쪽을 끼워 넣고 다리는 벌받는 자세로 위로 올리고 웅크려서 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휴게소는 없어 버스가 정차하면 다들 숲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현지 여자분은 그냥 도로에 앉아서 볼일을 본다. 긴 치마를 입고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쓰나 보다.

 

그렇게 총 20시간 좀 넘게 달려 베트남 국경에 도착했다.

 

그레이스가 제일 먼저 여권을 내밀었다. 그러더니 이민국 직원은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보여달란다. 베트남 국경은 이런거도 검사하나 하며 지갑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다 꺼내서 보여줬다니 이민국 직원은

 

"음. 이건 태국 돈 이건 미국 돈 이건 호주 돈... 돈... 돈... 돈...."

 

하더니 지폐 한장을 순식간에 빼서 자기 호주머니에 넣더란다. 잘못 본건가 하고 입국 도장을 찍고 지갑을 확인해보니 싱가포르 돈 10달러가 없어졌단다. 황당해서 옆에 있는 서양애들이랑 이야기 하니

 

"여권 밑에 미국 달러 1불이랑 같이 내는 거 몰랐어?"

 

입국비는 원래 없지만 불법으로 외국인 여행자들한테 1불씩 챙기는게 관례인 듯 했다. 화가 나고 어이없었지만 다시 가서 따지면 버스를 20시간이나 타고 왔는데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안되니까 그냥 참았다. 내 차례가 되어 내 여권밑에 1불짜리 지폐를 넣어서 줬더니 그냥 웃으면서 통과 시켜줬다.

 

그렇게 다시 7시간쯤을 달려 총 31시간의 베트남 하노이 입성 여정이 끝났다.

 

도착하니 눈은 쾡하고 다크써클은 내 볼을 뒤덮었다.

 

이건 베트남 사기꾼들의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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