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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ug 20. 2019

카약킹하기

방비엥

어제밤 내내 무서울 정도로 비가 내렸다. 번개가 어찌나 치던지 자는 내내 누가 불을 껐다 켰다 하는줄 알았다. 그래도 아침이 되고 해가 밝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하다. 짙은 회색의 비구름과 흰구름이 햇빛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덕분에 커튼을 좀 열어놨더니 눈이 부셔서 잠을 깼다. 멋진 하늘의 햇빛을 보며 눈을 뜨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일어난 김에 오늘도 열심히 빨래를 해서 널어 놓고 아침을 사러 나갔다. 바게트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샀다. 어제 우리 숙소 옆방으로 옮긴 형님들에게 서프라이즈로 아침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는데 형님들은 반대로 내 아침을 사러 나왔다가 딱 마주쳤다. 


형님들은 이미 두 손 가득 이것저것 사들고 계셨다. 서로 감동하며 테라스 가득 아침을 펼쳤다. 나는 샌드위치와 마실 커피를 사람 수대로 샀고 형님들은 만두와 볶음밥을 사왔다. 그 중에 처음 보는 만두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만두속에 당면과 삶은 계란이 통째로 들어있다. 



어제 예약했던 카약킹 여행사에서 9시반에 숙소앞으로 픽업을 왔다. 설레는 마음에 다같이 툭툭을 타고 한시간 정도 달려서 출발 지점으로 갔다. 간단하게 카약을 타는 설명을 듣고 카약을 탔다. 한 10분 정도 노를 저어가니 맨앞에 가던 가이드가 카약을 세우고 강가로 간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water cave로 들어갈께요”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맛있게 식사를 다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가이드가 아무말도 없길래 물어봤더니 동굴을 가리키며 


“어제 비가 너무 와서 저렇게 동굴 입구가 거의 잠겼어요. 한 30분에서 1시간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뭐 아무래도 좋았다. 얕은 물에서 발도 담그고 수영도 하며 기다렸다. 1시간 정도 지나니 다들 모이라고 하더니 튜브를 하나씩 나눠준다. 


“저기 동굴 앞까지 이어진 이 줄 있죠?” 이걸 잡고 튜브를 타고 한 명씩 동굴로 들어가면 돼요”


신선하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동굴이 많지만 이렇게 동굴에 걸어서 들어가는게 아니고 튜브를 타고 물로 들어가다니. 동굴안이 많이 어두운지 머리위에 랜턴과 물이 꽤 깊은지 구명조끼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동굴안은 생각보다 많이 어둡고 물은 차가웠다. 동굴 수심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이 물 안에는 뭐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니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래도 머리 위로 나있는 줄을 잡고 차근차근 한명씩 이야기도 두런두런 하고 노래도 부르며 천천히 나아갔다.


동굴 가장 안쪽으로 가니 물이 거의 없고 자갈밭이라 튜브에서 내려서 진흙 마사지도 하며 물장난도 하며 놀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동굴 투어가 끝나고 코끼리 동굴이라는 곳으로 갔지만 별로 감흥은 없었고 다시 카약킹이 시작되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평온한 메콩강을 따라 병풍처럼 솟아 있는 돌산들과 파아랗게 빛나는 하늘을 등지고 천천히 노를 저어 가니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그러다 어제 비가 너무 많이 왔던 탓인지 물살이 갑자기 빨라진다. 


아직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 강 중간에 있는 풀이 솟아 있는 곳에서 배가 뒤집혔다. 물살이 너무 빨라 그대로 한 100m 이상은 떠내려 갔다. 무섭다라는 생각보다는 물에서 아무것도 안해도 쭈욱 내려가는 이 기분이 좋았다. 다행히 구명조끼를 필수로 입으라고 해서 걱정도 없었다.


가이드들이 배를 다시 뒤집어 줘서 다시 즐겁게 노를 저으며 내려왔다. 한 2시간쯤 노를 저어서 강변에 있는 한 바에 세워 놓고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바 옆에는 머드 발리볼을 할 수 있는 네트가 있어 공을 빌려 신나게 진흙 범벅이 되도록 놀았다. 비치 발리볼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신나게 넘어지고 날아다녀도 아프지 않다. 



다시 배를 타고 여유롭게 노를 저으며 내려왔다. 이제 조작법이 제법 익숙해져 속도가 좀 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 시간쯤 그렇게 내려와서 배를 세웠다. 강가에 있는 우리 숙소 바로 앞이다. 운이 좋다. 뜨거운 햇볕 밑에서 노를 젓고 열심히 진흙탕에서 뛰어 놀았더니 몸이 너무 나른한데 바로 숙소로 가면 된다.


씻는 건 문제가 안되는데 옷에 묻은 진흙을 빼는게 걱정이다. 화장실에 있는 대야 물을 채워서 옷을 넣어놔도 잘 빠지지 않는다. 그 이후 몇날 몇일 동안 계속 옷에서 흙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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