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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호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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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Oct 28. 2019

호주로 가게 된 이유

호주에서 일하며 여행하는 삶에 어떤 동경이 있었다.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하고 막연한 미래처럼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카타르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들어오니 어떻게 알았는지 전에 일하던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넬리쌤! 한국 들어오셨다면서요. 다시 일해볼 생각 없으세요? 일단 학원으로 와서 면접겸 그동안의 이야기도 나눌 겸 한번 방문해주시면 좋겠는데..”


일단 일을 그만 두고 이제 뭐하지 하는 찰나에 잘됐다 싶어 학원으로 가서 다시 면접 비슷한 거(?)를 하고 계약서를 쓰고 나왔다. 이 학원은 매달 초에 개강이라 개강까지는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어 그리웠던 동남아 여행을 다시 갔다 오기로 했다. 


내 인생 마지막의 여행이 되겠지 하고 최대한 즐기자.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자 하는 마음으로 태국으로 갔다. 나는 여행을 가면 아침 일찍 일어난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기도 하지만 특히 여행가면 그 날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설레임에 일찍 눈이 떠진다. 



그날도 아침 6시쯤 눈이 떠져 맥주 한병을 사들고 방콕의 람부뜨리 거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며 태국의 아침을 만끽했다. 그렇게 한 30분 지났을까. 옆을 보니 금발머리에 파란눈 거기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서양 여신이 나와 똑같이 길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런 미인에게 말을 걸지 않는 건 실례다 싶어 다가갔다.


“혹시 라이터 있어?”


물론 나도 흡연자라 라이터는 당연히 있다. 말을 걸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그 여자는 씨익 웃으며 라이터를 건내준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옆에 앉아도 돼?”


흔쾌히 허락한다. 그렇게 옆에 앉아 이것저것 말을 하게 되었다. 아일랜드에서 온 에마. 친구를 기다리고 있단다. 어제가 아일랜드 최대의 축제 세인트 페트릭 데이라 열심히 놀고 지금 친구가 숙소 열쇠를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단다. 


한시간쯤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온다. 큰일이다. 남자친구란다. 서양인 특유의 꼬불꼬불한 곱슬머리인지 파마머리인지 잘 모를 인상적이고 시원한 인상의 저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셋이서 맥주한잔 하러 가잖다. 아침 8시다. 


말이 잘통해 술을 계속 시켜 먹었다. 저르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내 맥주를 주문해준다. 에마가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넬리 너는 태국 갔다가 다음 여행지는 어디야?”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한국에 회사에 계약서 써놓고 2주후면 가서 일해야 해. 이 여행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나는 아직 더 여행하고 싶은데 이제 나이도 있고 부모님도 정착하라고 하시고 에휴..” (나는 28살이었다)


에마와 저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넬리야 우리는 너보다 3살 많아. 그런데 우리는 아직 3년 정도 여행 더 하다 아일랜드로 돌아갈꺼야. 나이가 뭐가 문제야? 부모님이 니 인생 살아줄꺼야? 너 아직 하고 싶은 거 다해도 할 수 있는 일 많아. 뭐가 문제야?”


그 순간 수백개의 느낌표가 내 뒷통수를 때린다. 그래. 아직 나는 젊은 것도 아니고 어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에마와 저르와 연락하고 지낸다. 이 커플은 이제 결혼해서 아직까지 여행하고 있다. 


그렇게 태국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학원에서 3일 정도 일하다 갑자기 그만뒀다. 원장님한테 쌍욕을 들었지만 이미 마음을 굳혔다. 되돌릴 수 없다. 그렇게 다시 태국으로 들어가 캄보디아를 여행하고 태국 남부로 내려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따고 말레이시아까지 육로로 여행하며 내려가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호주 골드코스트로 들어갔다. 


호주에 도착해서 정신차려 보니 내 수중에는 8만원 밖에 없다. 이거 큰일 났다. 편도 티켓으로 온거라 집에 갈 티켓도 없다. 호주에 아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내 호주 생활이 시작되었다.


골드코스트
퍼스
다윈
카카두 국립공원
멜버른
타즈매니아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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