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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호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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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04. 2019

호주의 첫 도시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

내 1년동안의 짐을 꾹꾹 눌러담은 45리터짜리 배낭과 함께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심사대로 갔다. 직원에게 여권을 보여주니 웃으며 인사했다.


“그다이 마이트! (G’day mate!)”


우와 진짜 호주에서는 이렇게 인사하는 구나. 새삼 호주에 온 것을 실감했다. 심국심사대를 통과해서 짐을 찾고 나가려니 짐 검사를 다시 한번 더 한다. 짐을 엑스레이에 통과해서 검사하는데 비행기에서 사람이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 엑스레이 기계를 딱 하나 가동한다. 줄이 백 미터는 넘게 이어지고 원래 다른 곳에서는 짐을 찾으면 바로 나오는 건데 2시간이 더 걸려 드디어 바깥으로 나왔다.


일단 신선한 호주 밤 공기를 마시며 담배 하나를 태웠다. 호주로 출발하기 전에 이미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온 친구에게 부탁해서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픽업을 신청해 놨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담배를 세 개를 태우며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픽업은 오지 않는다. 


얼마 안 남은 돈이지만 하는 수 없이 동전으로 바꿔서 공중전화로 픽업오기로 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늘 밤 9시에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하기로 한 넬리라고 하는데 아직 픽업이 안와서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자 전화너머의 그 분은


“아 한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안와서 다시 차 돌려서 골드코스트에 도착해서 이제 차에서 내려서 집에 가고 있어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시 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막차도 끊기고 차가 안오면 나는 여기서 노숙해야한다. 여기 노숙자가 많은지 공항안에 앉아 있으니 곧 여기 문 닫으니 밖으로 나가란다. 그도 그럴것이 동남아 여행을 열심히 해서 얼굴은 시꺼멓고 신발은 다 떨어진 조리를 신고 바지는 이상한 알라딘 바지를 입고 있으니 거진줄 알았을 수도 있겠다.



다시 30분쯤 넘게 기다리니 픽업 벤이 왔다. 차는 바로 나를 알아보고 내 앞에 선다. 인상좋은 한국인 아저씨라기보다는 형님이시다. 어떻게 난 줄 알았냐고 물어보니 


“픽업 신청하신 분이 얼굴 씨커멓고 이상한 바지 입고 있을꺼래요 하하하”


정확하다. 가면서 호주의 야경을 감상하다 배고파서 차에서 내려 맥도날드에 들러 호주에서의 첫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차에 올라 골드코스트의 사우스포트라는 곳으로 갔다. 


가방을 메고 집으로 들어가니 깨끗하고 따뜻한 느낌의 집에 이제 막 걷기 시작한 너무너무 귀여운 아기와 이 형님의 와이프로 보이는 형수님이 계셨다. 그리고 내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눈이 크고 똘망똘망하게 생긴 한국 남자애가 사투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안 그래도 룸메이트가 새로 온다는데 얼굴 뵙고 인사는 드리고 자야할 것 같아서 기다렸어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 하셨다구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주환입니다. 형님보다 두 살 어리니까 말씀 편하게 하세요”


참 예의바른 동생이다. 원래 짐도 별로 없으니 대충 한 켠에 가방을 놓고 세면도구만 꺼내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뭐 알라딘 바지보다 더 편한 옷도 없지만 나름 잠옷은 있다.


그리고 주인 형님한테 2주치 보증금이랑 일주일 방세를 내고 자초지종이야 어떻게 되었던 두 번 픽업을 왔으니 픽업비를 두배로 내고 나니 탈탈 털어 내 수중에 남은 돈이 80불이다. 8만원 아휴. 


돈 없다. 담배부터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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