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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호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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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05. 2019

서퍼스 파라다이스

골드코스트

당장 아침에 일어나니 막상 할게 없었다. 룸메이트 주환이는 아침에 어학원에 간다고 나가고 집주인 가족들도 일하러 가는지 다 나가버렸다. 혼자 집에 남겨져 아직 동남아 여행하면서 사놓은 담배가 남아있어 애꿎은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댔다. 앞으로 두 갑만 더 피면 이것도 이제 끝이구나.


노트북을 열어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몇 년 전에 호주에서 워홀을 했었던 상인이가 골드코스트에 아직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해서 받은 아는 동생의 전화번호. 아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데 실낱 같은 희망이다. 전화를 해서 저녁에 만나기로 하고 인터넷에서 일자리를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학교 마치고 집에 온 주환이와 산책을 갔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집 사우스포트에서 버스로 대충 15분거리다. 참 멋진 이름이다.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이름의 이 동네. 말 그대로 잔잔한 파도가 서핑하기 딱 좋은 해변이다. 실제로 서핑하는 것을 처음 봤다. 멋지다. 태국의 해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덥지 않은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해변 옆의 카페와 바에서는 여유롭게 커피나 맥주 한잔을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딱딱한 도로에서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젊은 남녀가 있고 바다에는 서핑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알라딘 바지를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나보다. 


“I like your pants! (바지 멋지다!)


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 지나가는 차에서도 휘파람을 불며 내 바지가 마음에 든단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호주다.



저녁이 되어 상인이의 아는 동생 현아를 만났다. 호주에서는 이미 2년동안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돈도 벌고 여행도 했고 지금은 골드코스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현아야 내가 여행하면서 돈을 다 써버려서 진짜 8만원밖에 없는데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참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다. 처음보는 사람한테 돈을 빌리다니. 살아남으려니 어쩔 수 없다.


“얼마나 필요하세요?”


음. 그것까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 에이 모르겠다. 


“한 500불?”


현아는 생각도 안 해보고 흔쾌히 허락해준다. 그냥 던져본건데 50만원이나 빌려준다니. 일단 살았다. 이걸로 어떻게든 일을 구해서 신세를 갚아야겠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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