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꿈에서 깨다

방콕

by nelly park

이제 정말 집에 갈 날이 가까워 온다. 처음에 태국으로 올 때 두 달이나 과연 뭐하고 지낼까 생각했던 내가 우스울 정도로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 이제 며칠 후면 이 자유롭고 따뜻한 동남아를 떠나 다시 바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싱숭생숭 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


그렇게 끄라비에서 푹 쉬고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이동했다. 벌써 방콕만 세 번째다. 이제 새롭지도 않고 집에 온 것같이 푸근한 느낌마저 든다.


끄라비에서 그레이스가 말한다.


“이제 동남아 마지막인데 생각보다 돈도 아꼈고 좀 누려야 하지 않겠어? 호텔 한번 알아보자”


그래서 아고다에서 찾아보니 프로모션해서 싼 호텔들이 꽤 많다. 4성급 호텔인데 한국돈으로 4만원정도 한다. 그래서 2박 3일을 머물기로 했다. 항상 카오산에만 있다가 태국 부자 동네 씨암으로 가니 뭔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길이 깨끗하고 넓고 오늘따라 외제차도 많이 보인다. 한참 헤매다 드디어 호텔을 찾았다.


너무 깨끗하다. 멋지게 수트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방을 굳이 들어주겠단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방은 너무 넓다. 에어컨은 너무 빵빵하다. 휴. 뭔가 부담스럽다. 난 아마 평생 부자가 못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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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호텔에 있다는 수영장도 가봤다. 여기도 너무 넓다. 아무도 없다. 멋지다. 티비에서만 보던 호텔 수영장이라니. 날씨도 더운데 일단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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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는 씨암센터에 있는 유명한 스시부페 ‘샤브센’ 에서 밥도 먹었다. 동남아에서 이런 호화로운 생활을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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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날.


다시 카오산으로 갔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너무너무 그리울 것 같은 카오산을 눈에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다.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 지금은 익숙하지만 곧 기억이 나지 않을 이 냄새. 건물모양. 분위기. 하나하나 기억 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 같다.


그러다 람부뜨리 거리에 있는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았다. 태국에 온 첫날 갔던 식당이다. 맥주를 하나 시키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게 멍하게 앉아 있으니 익숙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더니 옆 자리 앉는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형님이다. 그 날 아침 급히 방비엥으로 이동 하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역시 만날 사람은 어딜 가도 만난다. 이 여행을 하면서 운명을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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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만남의 연속이다. 전혀 만날 생각도 못한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그 몇 사람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기도 했다. 아직까지 내가 여행을 끊지 못하고 방랑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다시 그렇게 길지 않은 카오산 길을 주욱 따라 걸으며 마음속으로 꼭 다시 올께하고 약속하고 공항으로 가는 미니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눈을 잠깐 감았더니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감싼다. 한국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다시 익숙한 언어가 들리고 익숙한 글씨가 쓰여져 있다. 공기는 너무 차갑고 바쁘게 걷는 사람들조차 차갑게 느껴진다. 그렇게 두 달 동안의 달콤한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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