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끄라비

by nelly park

암벽등반은 처음이라 좀 긴장이 된다. 동남아 여행하면서 생각보다 투어는 많이 안가봤다. 치앙마이 트레킹. 라오스에서 카약킹. 베트남에서 하롱베이 보트투어. 미썬 유적지 투어. 피피섬에서 목숨을 건 섬투어. 이렇게 나열해 놓으니깐 또 이곳저곳 많이 다닌 것 같기도 하고. 이 투어가 이번 동남아 여행에서 마지막 투어라 생각하고 최대한 즐기고 오기로 했다.


아침에 픽업 트럭이 오고 우리를 싣고 항구에 내려 다시 보트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무슨 암벽등반을 배타고 들어가서 섬에서 하나 했지만 섬으로 가는 보트안에서 보이는 바다위에 떠 있는 가지각색의 돌산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여기서 암벽등반을 하는구나’


‘저기 꼭대기에 올라서 보는 풍경은 기가 막히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섬에 내려서 암벽등반 강사가 시키는대로 스트레칭도 좀 하고 바다길을 따라 돌산으로 들어갔다.


PA281615.JPG
PA281616.JPG
PA281617.JPG
PA281618.JPG



생각보다 낮은 돌산 앞에 서서 장비를 차고 시범을 보여준다. 영어를 못했다면 무서웠겠지. 다행히 설명을 다 알아 들어 별거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장비를 차고 안전 케이블이 강사와 연결 되어 있어 떨어져 죽을 일은 없겠다는 판단이 선다.


번개같이 돌산을 오르는 시범을 보고 박수를 치고 이제 각자 손에 흰색 송진 가루를 묻히고 오르기 시작한다. 시범을 볼 때는 쉬워 보이더니 생각보다 쉽진 않다. 암벽에서 떨어져서 봤을 땐 손가락을 넣어 잡을 공간이 잘 보이더니 암벽에 바짝 붙어서 오르려고 하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몸을 비틀어 구멍 하나하나를 잡고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내 몸은 무겁다. 그래도 초보자 코스는 몇 분안에 올라갔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턱걸이를 연속으로 하듯이 등 근육을 이용해 팔을 뻗어 성큼성큼 올라가니 금방 꼭대기에 도달했다.


PA281623.JPG
PA281625.JPG
PA281628.JPG


이제 중급자 코스로 이동한다. 역시 강사가 번개같이 올라가며 꼭대기에서 씨익 웃으며 다시 내려온다. 밑에서 올라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손가락을 딛는 포인트를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역시 직접 도전하니 잘 보이지 않는다. 초보자 코스는 남자들은 금방금방 올라갔지만 중급자 코스는 만만치 않다.


등반하는 사람들과 밑에서 지켜보는 강사들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어 위로 올라가는 타이밍에 맞춰 몸무게를 이용해 케이블을 당겨준다. 그리고 밑에서 소리친다.


“오른쪽 위! 오른쪽 다리!”


“왼쪽 아래! 왼쪽 팔!”


등등 암벽에 바짝 붙어서는 보이지 않는 코스를 밑에서 소리쳐 준다. 밑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같이 응원해준다. 그렇게 나도 중급자 코스 꼭대기까지 등반에 성공했다. 역시 예상대로 꼭대기에 바라보는 풍경은 기가 막힌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그림처럼 돌산들이 솟아있다. 이걸 보려고 이 고생해서 꼭대기까지 올라오나 보다.


그리고 이제 상급자 코스. 강사는 안전 장비도 없이 혼자 오른다. 진짜 태국판 스파이더맨이다. 도움없이 혼자 올라가며 적당한 구멍에다 후크를 꽂고 거기다가 케이블을 연결하며 올라간다. 결국 꼭대기까지 길을 개척해 우리를 위한 암벽타기 코스를 만들어준다. 사람이 이렇게 중력 따윈 무시하고 손가락 하나로 암벽을 오를 수 있구나 하고 경이로운 생각마저 든다.


상급자 코스를 도전하기엔 이미 등이 너무 아프다. 턱걸이 100개는 한 느낌이다. 이제 팔도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나는 상급자 코스는 안 하기로 했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두 명만 도전한다. 거기서 한명만 완주를 성공한다. 나는 중급자 코스 완주에 만족한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암벽등반은 등 힘이 아닌 허리 힘으로 몸을 비틀어 다리를 이용해서 올라가는 거란다. 나는 무식하게 팔과 등을 이용해서 억지로 올라갔으니 힘들 수 밖에. 투어가 끝나고 너무 힘들어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다음엔 꼭 상급자 코스까지 완주 해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