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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May 05. 2021

"악, 실재의 진정한 부분"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activity?daily=43

블라인드 페이지. 43일차

【블라인드 페이지】- 43일차


 차로 2시간도 채 못되는 거리에 남아 있는 반구정과 압구정의 차이 (…) 물론 그 인품의 차이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황희가 문화통치기의 재상이었고, 한명회는 의정부 중심의 합의제를 타파하고 강력한 왕권체제로 회귀하던 시기의 재상이라는 정치체제상의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의 차이로 환원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치란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조직해내고 키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권력의 창출 그 자체는 잠재적 역량의 계발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피라미드의 건설이 정치가 아니라 피라미드의 해체가 정치라는 당신의 글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땅을 회복하고 노역을 해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형태의 피라미드를 허물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우리가 맡기지 않더라도 어김없이 모든 것을 심판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몫은 우리가 내려야 할 오늘의 심판일 따름입니다. 반구정과 압구정의 남아 있는 모습이 그대로 역사의 평가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의 차이가 함의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해체해야 할 피라미드는 과연 무엇인지, 우리가 회복해야 할 땅과 노동은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압구정이 콘크리트 더미 속 한 개의 작은 돌멩이로 왜소화되어 있음에 반하여 반구정은 유유한 임진강가에서 이름 그대로 갈매기를 벗하고 있습니다.

 _본문 일부 발췌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activity?daily=44

블라인드 페이지. 44일차

【블라인드 페이지】- 44일차


 "뭐가 문제인데? 늘 하던 일인데 말야. 다들 그렇게들 하고 살잖아?" 이명박 정부 초기, 장관 등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부터 매번 보고 듣던 말도 이 떄문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거야 늘상 하는 일 아닌가! 그런 식의 삶이 그들의 일상이었고, 그들의 공기와 물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 '자그마한' 불법이나 '사소한' 비리에도 놀라 소리를 지르는 "시끄러운" 사람들과, 엔간한 비리로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느 사람들. 그런 짓이 일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실 이 두 종류의 사람은 어디나 있을 것이다. 불행은 '사소한' 불법과 비리가 일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을 통치하고 지배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정도 차는 있지만, 이 또한 어디나 그럴 것이다. 다만 두려운 것은 5년 내내 이런 꼴을 보다 우리마저도 새로운 일상이 된 이런 사실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비리가 비리인 줄도 모를 만큼 비리가 일상이 된 사람들이 지배하고 통치하는 사회,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가랑비에 옷 젖듯 거기에 익숙해져가고 무뎌져버린 사회. 그것은 어떤 비리에도 위축되거나 소심해지지 않는 뻔뻔함이 지배하는 사회일 것이다. 뻔뻔함의 사회, 그것은 위선마저 사라진 황량한 사막인 것이다. 지젝이 말하는 "실재의 사막"이 이런 걸까? 차라리 위선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일상이 된 것은 아무리 불법적이고 나쁜 일이어도 이렇듯 자각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은 하이데거 말대로 '섬뜩함(Unheimlichkeit)'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그래서 자신의 일상 전체가 자기를 등지게 만드는 어떤 사건이 있지 않고선 어려운 일이다. 100일 이상을 거리에서 떠들고 항의하는 "시끄러운" 소음으로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섬뜩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또다른 사막과의 대면?

 _본문 일부 발췌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activity?daily=45

블라인드 페이지. 45일차

【블라인드 페이지】- 45일차


 악에서부터 시선을 돌리고 선의 모습 속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그것이 효과가 있는 한 훌륭하다. 그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이 성공적으로 작용하는 한 종교적 해결책으로서 그것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우울증이 나타나자마자 그 방법은 무기력하게 무너져버린다. 자기 자신의 자아가 우울증에서 멀리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낙관주의적 성품의 방법은 철학적 원리로서 부적합한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 성품이 명확하게 설명하길 거부하는 악과 같은 사실들은 실재의 진정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의 요소들은 결국 삶의 의미에 대한 최고의 열쇠이자 아마도 진리의 가장 깊은 수순까지 눈을 뜨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다. 

 정상적 삶의 과정 속에는 광적 우울이 가득하여 근본적인 악이 판을 치는 나쁜 시기도 있다. 정신병자의 공포에 대한 환상은 모두 일상적 사실의 요소로부터 나온다. 우리의 문명은 혼란 위에 세워져 있고, 모든 개인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고통의 외로운 경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소멸시킨다. 만약 당신이 이에 반대한다면, 친구여, 당신 스스로가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기를.

 _본문 일부 발췌


☞ 매일 거울로 마주하는 악의 실상 두고 가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좋은 곳? 어디!? 여기가 '로도스'라고. 제 '호밀밭' 팽개치고 죄다 어디로 간다는 건지 원~~;;

☞ 의지로 열고 닫는 입의 편향. 이기利己로 기울어진 입으로 말만 바로 세운들.

☞ 이처럼 대화를 착각하는 바로 그 사정과 형편에도 귀는 열려 있건만. '귀 있는 자 들을지어다'라는 예수의 전언, 무겁게 새겨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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