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각공간 May 05. 2021

"나는 수시로 변신해왔다."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activity?daily=42

블라인드 페이지. 42일차

【블라인드 페이지】 - 42일차


 "아빤 보수잖아요?"

 "김대중 씨도 보수더라. ……나는 투표 안 했다."

 "왜요?"

 "그놈이 그놈 아니냐?"

 나는 언제부터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우리 세대는 이승만정권을 전복시킨 뒤, 혼라긴를 거쳐, 박정희를 만났다. 박정희는 우리 세대의 청장년 세월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박정희가 총에 맞는 순간, 나도 총을 맞은 것이었다. 박정희의 사생아들이 차례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전두환과 노태우. 그 다음엔 박정희와 대결함으로써 또 다른 상징이 되었던 자들, 그런 의미에서 역시 박정희의 사생아라고 말할 수 있는 김영삼과 김대중이 남아 있었다.
 김영삼은 자신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는 박정희를 부정함으로써 나의 이삼십대를 부정했고, 김영삼은 또 자신의 배다른 형제라고 말할 수 있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정에 세움으로써 나의 사십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신 벼랑길로 치달으면서 나의 오십대 역시 벼랑길로 치닫게 했다.
 김대중의 정계 복귀 선언은 나에게 마지막 철퇴처럼 느껴졌다. 인간은 다중적이다. 나라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던 박정희와 전두환과 노태우와 김영삼이 차례로 붕괴되었다. 김대중의 정계 복귀 선언은, 나라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던 마지막 구성 요소, 즉 김대중이 붕괴하는 소리로 들렸다.

 나는 그동안 수시로 변신해왔다. 박정희였다가, 전두환이었다가, 노태우였다가, 김영삼이었다. 이젠 김대중으로 변신할 차례였다. 나는 내 생애 최대의 결단을 내렸다. 김대중으로의 변신을 포기한 것있다. 정년이 되려면 십 년 가까운 세월이 남아 있었지만 명예퇴직을 했다. 그 조기 명예퇴직을 김대중으로의 변신을 포기하는 증거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자 그놈이 그놈처럼 보였다.

_김종광, 『71년생 다인이』본문 일부 발췌

⠀⠀

 책이 나오고 십년 뒤(찾아보니 2011년 10월23일 방영이란다.)KBS 드라마스페셜 <82년생 지훈이>도 등장했지. 공모 당선 후 단막으로 극화, 당시 극본 쓴 분이 후일 배우 박해일씨와 화촉 밝혔다지. 관계 없는 얘기다.


 시기마다 제 영육을 점거한 '그놈'들. 그네들에게 앗긴 줄도 모르고 열심으로 임했던 세월 아쉬우니 더욱 몰입하는가 싶기도. 호명에 갈급한 유령들로 잠시잠깐 '시민' 처우에 감지덕지 하며 투표로 '시민' 행세하는 형편. 그래도 거듭하면 물릴 법. 해서 개인/단자로는 '변신을 포기', 홈 패인 '보수' 지형서 은폐/엄폐, 지박령으로 뭉쳐 화망 구성 화력 집중하는지~ 음.. 그렇다고 굳이 '그놈'들 미러링하며 별 다를 바 없는 지경 자처할 필요 있나 싶긴 하다. 이것 참;;


☞☞ '그레고르 잠자' 미분 지경으로의 축소 지향이면, 그래서 덩어리로 경직될 바엔 '변신' 맙시다, 이게 뭡니꽈 ~~;;

이전 17화 "불충분한 인식, 조악한 심리학 이론 무비판적 신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