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나탈리가 여섯 살, 1학년일 때, 스탠퍼드 비네 지능검사를 받았다. 한 가지 항목을 놓쳤는데도 IQ 153이라는 두드러지게 높은 총점을 받아 극히 우수한 범주에 속했다. (…) 심리학자들은 그 아이가 전반적으로 빈틈없고 총명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일곱 살 때 나탈리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린 것이다. 그녀는 훗날(35세) "아버지는 딱 한 번 말고는 나를 전혀 보러 오지 않았다"라고 뚜렷한 슬픔을 담아 적었다. (…) 서른아홉 살 때 남편과 별거했다. (…) 아홉 달 뒤에는 이혼했다. 이혼이 확정되고 (그리고 남편은 이미 재혼했다) 4개월 후 그녀는 자살했다. 그녀는 생전에 아버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와 씨름했다.
그녀는 유서 세 개를 남겼다.
전남편의 아버지에게: 아버님, 아버님이 저를 대해주셨던 것보다 더 친절하거나 너그러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 밥에게 아이들을 당장 데리고 가게 해주세요. 아이들이 여기 머무르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은 정말 좋은 아버지입니다.
전남편에게: 밥, 모든 종류의 실수를 내가 우리 딸들에게 하네. 그 아이들에게는 인도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은 매일 더 엄청나 보여. 아이들은 당신을 사랑해. 낸시는 당신을 아주 그리워하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고 있지. 당신이 새 인생을 세웠다는 것을 알지만, 딸들을 위한 자리를 조금 내주고 그 애들과 같이 있어줘. 당신이 가는 곳에 데리고 가. 단 몇 년 동안이면 돼. 베티는 거의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낸시는 당신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아이야. 낸시는 도움이 필요해. 그 애는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낸시는 자존감을 위해 자기가 할 일을 하도록 만들어줘야 해. 낸시는 아직 상처를 많이 받지는 않았어. 딸들이 내가 최근 지나온 길을 계속 가게 된다면 미래는, 아! 바버라(*재혼한 前남편 밥의 배우자)는 따뜻하고 친절하고 여우 있는 것처럼 보여.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해. 그녀가 내 딸들을 그저 조금만 이해하고 잘 대해주기를, 그 애들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한 두 사람이야. 아프고 우왕좌왕하는 엄마가 아니라. (…) 행복하길, 제발 우리 딸들 옆에 있어줘.
두 자녀에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딸들, 너희 둘은 엄마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란다. 내가 한 일을 용서해주겠니. 그러도록 노력해 주렴. 아빠가 너희에게 훨씬 더 잘해줄 거야. (…) 내가 너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구나. 존중과 사랑은 거의 같은 거란다. 그걸 기억해라.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거야. 너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너희 할 일을 하고 자립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란다. (…) 너희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하지만 미래에 올 것을 내가 마주할 수가 없구나.
전남편에게 쓴 편지는 괴로운 '내 탓이요mea culpa'다. 그녀는 비난을 짊어지고 그에게 간청한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함께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남자에게 딸들에게 잘해줄 것을 간청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딸들을 위해 전남편과 새엄마에게 안정된 사랑의 가정을 만들 것을 부탁한다. (…) 나탈리가 자녀에게 남긴 유서는 모순되고 일관성 없는 말로 채워진다. (…) 사실상 너희가 아버지와 지낼 것이고, 너희가 아버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알고, 그래도 너희는 그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 논증이 설득력이 없다면(그 논증은 설득력이 없다), 누구든 최소한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 그러고 나서 그녀는 딸들에게 반드시 자립하라고 하지만, 또한 자신이 스스로 생명을 거두는 것이 딸들이 아버지와 재결합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와 재결합하기를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
그녀는 자살로써 자기의 어린 시절 인생 드라마를 재연했다. 부모가 함께 있으면서 그녀를 사랑해 주는 것에 대한 갈망을 재연한 것이다. 이 오도된 상징적 희생으로 그녀는 자녀들에게 연합된 가정을 주는 대신에 가장 충격적이고 트라우마가 남을 방법으로 자녀들로부터 친모를 박탈했다.
_에드윈 슈나이드먼, 『자살하려는 마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