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가 뭐에요? 자주 묻고, 답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통통 이리저리 흘러 영화 평론가 이동진씨에게도 틩겼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이 바뀌면 얼마나 위험한 인생인가. 대충 이런 말이었다. 책 한 편, 영화 한 편으로 바뀔 인생을 살고 싶진 않아진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내 인생을 지지하는 글 중 영화는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까? 마음 속을 싹싹 긁어 출처를 찾아낸다.
넷플릭스 드라마, 굿플레이스
치디 : 와, 당신 부모님 형편 없었군요.
엘레너 : 그래요, 그랬어요, 그리고 난 살면서 그들의 끔찍했던 양육법을 내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변명으로 삼았어요. 더는 안 돼요. 뭐가 옳은지 우린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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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 내가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어요. 근데 그런 게 재밌는 거 아닐까요? 내가 당신에게 우주 원리의 답을 준다면 그저 우주가 설계한 목적을 따르는 기계가 되겠죠. 커다랗고 멍청한 식품 가공기일 뿐일 거예요. 하지만 이해되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것이나 사람을 찾았을 때 행복을 느껴요. 이런 무작위성과 팬더모니엄 속에서 당신과 치디는 서로를 찾았고 함께 삶을 살았잖아요.
팬더모니엄은 악마가 모여 있는 지옥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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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너 :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내 뒤통수를 치는걸요.
마이클 : 원래 이렇다는 것 알잖아요. 실패하면 다른 걸 시도하고 실패, 또 실패하는 거예요. 그렇게 1,000번을 실패하고 계속 시도하고요. 왜냐하면 1,001번째 아이디어는 통할지도 모르니까요. 나는 이제 가서 1,001번째 아이디어를 찾아봐야겠어요. 당신도 동참하면 좋겠네요. 샤워 먼저 하고 동참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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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너 : 관계는 멍청한 거야. 제대로 된 관계를 못 가질까 봐 두렵다가 정말 갖게 되면 사라질까 두려워하잖아.
치디 : 이렇게 해보자. 다음 일을 걱정 안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톨스토이 인용구가 있는데 ‘중요한 시간은 단 하나뿐이다. 현재는 우리가 힘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니까’. 물론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관계에도 맞는 말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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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 인간들은 외부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발전합니다. 그런 지지가 없었대도 인간을 탓할 순 없죠. 갱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인간은 없어요. 인간은 한 단계의 도덕성에 고정돼 있지 않아요. 언제든 발전할 수 있죠. 그러니까, 점수 시스템은 인간이 얼마나 착하고 나쁜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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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 인간은 다들 언제나 조금 슬프다고 했죠. 죽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알기 때문에 인생에 의미가 생긴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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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 파도를 상상해 봐, 바다의 파도. 눈에 보이고 잴 수도 있어. 파도의 높이나 햇빛이 파도를 통과할 때의 굴절도. 그리고… 그곳에 있지. 볼 수도 있고 그게 뭔지도 알아, 파도야. 그러다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고, 파도는 사라져. 하지만 물은 여전히 그곳에 있지. 파도는 물이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이었을 뿐인 거야. 잠시 동안. 불교의 죽음관 중 하나야. 파도가 바다로 돌아간다. 있어야 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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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닛 : 마이클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러니 특별한 거죠.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될지 확실히 모를 테니까요. 그보다 인간다운 건 없어요.
tmi.: 마이클은 악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악마 역할이다.
팀버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누구랑 만났었냐가 아니라 누구를 만날 지가 중요한 거니까. 가끔 심장은 자기가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몰라.
Doctor WHO
영국 드라마
내 생각에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여있어. 좋은 일들이 항상 나쁜 일들을 완화해주진 못하지. 하지만 반대로 나쁜 일들도 반드시 좋은 일을 망치거나 중요하지 않게 만들진 않아. 그리고 우린 분명 그에게 좋은 일을 만들어줬어.
미드소마
“이곳에서 날 받아 주고 날 키워 줬어.
내 것, 네 것으로 다투지 않는 곳에서 자랐다고.
내게도 그 기회가 주어진거야. 난 늘 누군가가 붙들어 준 기분이었어. 내 가족에게 말이야. 내 진짜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잖아.
너도 가족이 필요해. 내 소중한 친구고 나도 좋아하지만 널 붙들어준다는 기분이 들어? 안식처 같은 기분이 들어?”
디즈니 플러스 영화, 프리가이
가이 : 네가 진짜가 아니면 다 상관없단 거잖아.
친구 : 다 상관없어? 난 여기 앉아서 내 절친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돕고 있어. 만약 내가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순간은 진짜야. 지금 이 순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것보다 더 진짜인 게 어디있겠어? 만약 이게 진짜가 아니라면, 진짜는 존재하지 않아.
넷플릭스 리얼리티, 루폴의 드레그쇼
퀸 : 어차피 실수는 하게 되어있어. 그게 너를 멋지게 만드는거고. 우린 실수를 하고, 우리를 다시 돌아보면 여기서 계속 싸우고 있는 걸 발견해. 나의 좋은 순간들이 있고, 그냥 그런 순간들도 있다는 걸 내 아이들은 알아. 하지만 결국에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아.
시즌 12
제프 골드브럼 : 저도 연극 쪽에 종사해서 알아요. 자신과 자신의 능력 혹은 기교를 동일시하게 되죠. 그래서 망치는 순간 자존감까지 함께 무너지고요. 나란 사람을 내 능력과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어요. 전 그게 도움이 됐어요.
루폴 : 원래 경쟁이란 게 힘든 거예요. 하지만 자책하지 말라고요. 결과가 전부가 아니예요. 당신은 여기 나왔잖아요. 나쁜 생각에 휩쓸리지 말라고요. 정신 바짝 차리고 스타가 되세요.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궁지로 몰지 않아야 해요.
케이티 페리 : 당신의 직감을 믿으면 97퍼센트는 항상 당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데려가더라고요.
넷플릭스 다큐, 익스플레인-뇌를 해설하다
‘신성한 가치’ 라는 개념이 있어요. 신성한 가치란 개인의 가장 확고한 원칙을 말해요. 가족에 대한 사랑, 신앙심, 조국에 대한 충성심같은 거요. 그런 가치를 통해 더 큰 집단과 연결되죠. 그런 가치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아요. 그런 가치가 위협받으면 결사적으로 싸우거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려 하죠. 뇌는 그런 가치들을 다르게 처리합니다. 자기통제 및 숙고와 관련된 영역. 즉, 결정할 때 활발해지는 영역은 비활성화되고, 감정과 사회적 판단을 결정에 포함시키는 영역은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다른 영역도 활성화됩니다. 규칙 검색과 관련된 영역이죠.
다른 집단이 우릴 설득하길 원치 않아요. 하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과 단절됐다고 느끼면 설득당할 수도 있어요. 사회적 상호 작용은 뇌를 자극하는 역할을 해요. 집단의 일원일 때 뇌의 쾌락 중추가 활발해지고, 그렇지 않을 때마다 뇌는 통증을 느껴요. 육체적 고통이죠. 믿음을 소속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그 집단에 속하길 원해서 무언가를 믿고 생존에 도움이 돼서 그 집단에 속하길 원하죠. 극단주의에 취약해지는 이유에 대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극단주의 단체의 일원이 되면 상황을 흑백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단순한 논리가 주어집니다.정보 과부하가 발생하니까요. 음모의 힘든 점은 정보로 바뀌지 않는다는 거죠.
명심하세요, 우리 믿음이 신성하면 뇌는 그걸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을 설득해서 믿음을 포기하게 만들 순 없어요. 할 수 있는 건 계속 그 사람이 집단의 일부라고 느끼게 해주는 거죠.
사이비 종교단체 생존자 인터뷰 : 제 큰아들은 늘 제게 상기시켜 줍니다.“엄마, 복잡함을 받아들이세요. 단순함은 적이에요”
절대적인 것에 대한 욕구, 완벽하고 하나뿐인 진실에 대한 욕구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겁니다.
말을 한다. 누군가가 했던 말을 다시 뱉는다. 그 순간 누군가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도 여러 말들의 중첩이라니. 언어로 사고하고 언어로 숨쉬는 우리에게 대사들은 행위, 목소리, 그 이상이다. 인생이다. 영화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