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감정들
김한민 : 한국은 싱가포르 모델을 지향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커다란 몰과 실내공간들이 점점 연결되면서, 계속 실내에서 지낼 수 있는 모델로 가는 거예요. 환경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밖에 안 나가도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게, 배달 서비스와 실내 몰들과 공기청정기로 이루어진.
이슬아 : 매세나폴리스처럼요?
김한민 : 네. 저한테 그곳은 완전 지옥이거든요.
이슬아 작가의 <깨끗한 존경>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이 인터뷰집을 읽은 이후 왜인지 모르게 지하철을 타지 못하게 되었다. 거대한 땅굴을 파서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는 그 감각이 소름 끼친다고나 할까. 인공적인 공기와 무뚝뚝한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땅벌레가 되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하철이란 공간이 너무나 거북해서 요즘엔 아르바이트나 약속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분 남짓한 시간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빠른 속도로 보이는 풍경들이 꽤 마음에 든다. 언젠간 이 풍경들도 지긋지긋해지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즐겨보려 한다.
비거니즘에 한창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다. 관심보다는 고기를 먹는 게 거북스러웠다. 덩어리 진 고기를 볼 때마다 누군가의 시체를 씹는 기분이 들어 비거니즘을 지향했던 기간이 있었다.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런 불편함이 모이고 모여 어떠한 움직임 '비거니즘'이 되었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요즘에도 가끔 어느 무언가의 사체를 먹는 일로 살아간다는 게 참 거북스럽다.
누군가에겐 일상인 그곳이, 그 행위가 지옥 같을 수 있다는 게 새삼 생경하다.
작년까지 농촌과 자본주의, 모든 것이 자본으로 치환되는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고, 기후정의와 비거니즘과도 생각이 맞닿아있었다. 어떠한 정의감보다는 피부로 느껴지는 불편감 - 미세먼지에 기관지가 아프고,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이 쉽게 걸리는 나약한 몸, 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거북함 - 때문에 관심을 가졌었다. 몸이 다시 건강해지고, 거북함이 무뎌지고 서울에 집을 만들어 실내에 생활하는 일이 익숙해지자 급속도로 기후정의와 그 외의 모든 것에 관심이 식은 게 참 아이러니하다. 작년의 나에게 오늘 내 만족스러운 하루는 지옥 같다고 느껴질까? 기본권과 에너지, 농촌과 같은 단어와 낯을 가린 채 살아가는 내가 미우면서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