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오늘의 일기

by 네모

조용히 부유하고 있다.


하루를 건너뛰어가면서 무언가에 부딪히지도 않고 기특하게 말이다. 몸 안에 요동이 자리잡을 시간도 없이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나는 쪼그라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질투와 시기, 헐떡임들이 재처럼 말라 하나의 과실로 쪼그라드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고 있다. 겉과 안을 뒤집어서 먼지 털듯이 말들을 모두 털어버려야지만 성에 찬다. 시간이 참 느리게 부유한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기. 이 모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산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게 된다.


이 지루한 인생을 무얼하며 견뎌야 하나. 조용히, 아주아주 조용히 인생을 살금살금 살고 있다. 몰락과 파멸 같은 단어들을 물로 씻어서 조금 깨끗하게 만들었다. ‘부유하기’로 바뀐 뽀득뽀득한 표현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렇게 떳떳스럽게 버티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것도 듣지 않고 어떤 음악의 간주처럼 계속 기다리는 걸 하고 싶다.


이렇게만 살아도 인생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어떤 사회적 의무도, 결심도 하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밀려나가는 게 적성에 맞다. 고행을 하면서 살지 않기. 상담사 선생님인 이런 상태를 잘 기억해놓으라고 하셨었다. 자기한테 잘 맞는 삶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어쩌면 나는 정말 무위(無爲)하면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절인 과일이 된 것만 같다. 통안에 담아져 찰랑, 거리는 절인 과일.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과실주가 되어서 누군가의 점심에 끝내져버릴 것 같다. 자두 종류의.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아닌 그 경계가 되어 절임이 되어버리고 싶다.


조용히 부유하는 물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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