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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Apr 21. 2024

향기나는 글쓰기

- 꽃처럼 아름답게 가꾸는 글을 쓰자

  난 삼삼아씨를 만나기 전, 먼저 발을 담근 글쓰기 모임 회원이기도 하다. 애초에 글쓰기 강의로 뭉쳐진 모임이라 매월 오프라인 모임을 하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리더인 오정환 작가님의 지도하에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문우님은 이미 출간 임박했다. 자신만의 속도로 한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썼던 제약회사 연구원이신 문우님은 출판사로부터 최근 출간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사이 부지런히 평소 쓰던 원고를 모아 오 작가님은 다른 지인분과 공저 책을 출간했다. 고전을 시와 함께 풀어내는 『시문사답』을. 교사 문우님과 오 작가님의 책 출간 때까지도 그냥 정말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마음의 헛헛함도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원 문우님의 최근 출판사로부터의 출간 제의 소식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직접 귀로 들은 것도 아닌데 카톡 단체 채팅방의 글로만 확인했음에도 심장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 눈에서는 원치 않은 물기가 맺혔다. 집에 있는데도 등줄기는 서늘했다.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의 한기가 느껴지며.      


글쓰기는 나의 삶

  언제까지 한기만 느낄 것인가. 오 작가님도 단톡방에 처음엔 문우님의 출판사와 계약 관련 소식에 축하 댓글을 달다가 어느 순간 '좋아요' 이모티콘조차 날리지 않는 나의 심경을 알아차리셨는지 빈정대는 말투로 개인 톡을 남기진 않으셨다. 다 나를 생각해서 안타까움을 담아 건네는 말씀인 줄 알면서도 종종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또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사자인 문우님께 죄송했다. 분명 톡을 확인하고도 답을 달지 않는 행태를 보이다니, 옹졸했다. 그게 뭐라고?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니고 글을 쓰다 보니 책을 내고 싶어진 것 뿐인데. 그저 남이 쓴 글을 읽고 서평만 하던 내게 온라인 매체긴 하지만, '브런치 작가'라는 이력도 하나 생기지 않았던가. 나를 살게 한 글쓰기. 서울 살 때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책 읽어주기 엄마' 활동 후기를 써서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 명의로 서울교대에 강당 무대에 올라 우수상도 받았었다. 우울함을 잊으려 잠시 옛 기억을 소환했다. 그 영광의 날을 증명해 줄 상장은 어느 곳에 숨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 자신감으로 길벗어린이출판사, 북극곰출판사에서 약 4개월, 서평단 활동도 이어갔다. 마을교사 양성 과정에 지원하여 ‘책 읽어주기 선생님’이 되어 내가 살던 관내 초등학교, 유치원에서 그림책도 읽어주고, 독후활동도 하며 보람찬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또 한 작은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2016년 서울북페스티벌에서 지역별 대표 도서관 운영위원이자 시민위원으로 지역도서관 활성화방안을 위한 토론 행사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남편의 실직과 동급생으로부터의 지속적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던 아이, 그것도 모르고 갑작스러운 남편 실직으로 뛰어든 학습지 교사였던 나는 그곳 서울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를 잠깐 학교를 쉬게 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게 하고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텼어도 좋았을 걸 그랬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꾸 우윳빛깔 과거만 꺼내서 읊조리면 뭐, 글발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다는 거야? 제발 정신 좀 차리렴. 경기도민 된 지도 7년 차인데 겨우 3년쯤 산 서울이나 그리워하다니.'이런 야속한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글도 생활도 과거로 되돌릴 순 없었다. 모두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순간의 장면으로 스쳐 지날 뿐. 글 모르는 자기 할머니도 자신이 쓴 글을 듣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쉬운 글을 쓴다는 유명 작가도, 내가 아는 오 작가님도, 통쌤도 모두 ‘쉽게 쓰라’고 강조하신다. 책장을 넘기다 시선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글, 책 속 문장에 절로 미소 짓거나 눈물 맺히는 글, 뒷장의 내용이 궁금해 얼른 읽고 싶은 글. 그런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이는 '향기 나는 글'이라는 표현도 썼는데, 글에서 향기가 나려면 얼마나 꽃처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까? 좀 더 부드럽게, 글에 향기를 입혀보자. 코끝을 간질이는 프리지아 향기처럼.     


글도 쓰고 돈도 벌고

  어제 퇴근길에는 오랜만에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요즘 식당에서 밥값이 너무 올랐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내가 식대를 오롯이 평균 1만원 정도 매일 한 달 동안 쓰기에는 아까워 주중 며칠은 도시락을 싸기로 함께 입사한 동료와 약속하였다. 집집마다 먹는다는 당근, 감자, 상추 같은 야채와 그래도 저렴한 과일 바나나를 샀다. 즉석구이 김도 할인 판매 중이어서 샀다. 언제나처럼 뚜벅뚜벅 걸어서 집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 후문 산책로에서 꽃망울이 맺힌 벚꽃 나무를 만났다. 오전까지 내린 비가 싹이 움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리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었다는 소쩍새처럼, 단비는 벚나무에게 그만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기지개를 켜라고. 가지의 새순을 활짝 틔우라고 나뭇가지마다 토닥토닥 내린 것이다. 봄비의 격려에 힘입어 새순도 그만 일어나려는 것이다. 한번 피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꽃망울을 틔워 만개까지 대략 2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그 2주 동안 난 집 떠나 멀리 갈 필요 없이 울 동네 주변 산책로만 걸어도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실컷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삼삼아씨 수요 특강은 작년에 출간된 『디어 마이 송골매』의 저자, 이경란 작가님의 북콘서트로 진행되었다. 저자 사인본 도서를 각자 구매하여 읽고 ‘작가에게 묻는다’ 코너에서 삼삼아씨들의 사전 질문지에 맞추어 통쌤의 진행으로 일일이 진솔한 대답을 해주셨다. 이 작품은 무려 12년 동안 구상하고, 다시 쓰고, 고쳐 쓰셨다고 한다. 역시 집념의 응축이 있어야 진정한 작가로 도약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작가님도 통쌤이 이미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하셨던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다. 책 한 권을 출간하기 위해서 보통은 수십 번, 최소 열 번의 퇴고 과정을 거친다고 하셨다. 심지어 일일이 출력해서 소리 내어 읽어보고 어색하면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신다고. 아직 정식으로 종이책 한 권도 출간한 기성 작가, 등단 작가도 아닌 주제에 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글을 올리는 나의 습성이 새삼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의 인물 구성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나의 질문에, 이경란 작가님은 단편 소설이든 장편 소설이든 소설의 인물은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역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한편 소수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가에 있어 ‘글쓰기는 부업’이라는 말씀에서 글쟁이로서 살아가는 여정이 쉽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쓰기의 여러 경험을 나눠주셨고, 강의 말미에 “늦게 등단했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확신을 갖고 즐기면서 항상 글쓰기에 마음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특히 내게 와닿았다. 그러니 지치지 말아야겠다.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애초에 내가 바란 건 아니지만, 나도 이제 싹을 틔워보자. 수익화의 싹을. 멋지게 출판사와 계약서도 쓰고, 통장에 인세도 찍어보자. 


*해당 글은 2024년 3월 31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퇴고를 열심히 못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뭐라도 써야할 것 같아 올려봅니다. 향기 나는 글을 쓰다보면 제게서도 향기가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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