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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Jun 12. 2024

나는 상습채무자입니다

- 브런치팀에게 세 번째 글 발행 독려 알림을 받아 씁쓸한 이 밤에

그새 어제가 되어 버린 이 밤, 나는 전날 오전에 브런치팀으로부터 글 발행 독려 알림톡을 받았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출판사로부터 잦은 서평 작성 기한 경과에 대한 독촉 문자나 알림톡을 받는 것도 모자라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듣게 해 준 이 브런치팀에게마저 글빚 채무 상환을 독촉 받는 형국이라니. 민망할 따름이다.

나의 첫 연재글인 <독후감과 서평 사이>를 묶어 브런치북으로 발행한 이후 마치 해묵은 숙제를 해낸 듯 뿌듯했다. 브런치 작가 승인만 받아내면 뭐라도 매일 쓸 것처럼 기뻤던 날들. 당시 작가 승인 받기 얼마 전 내가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00일동안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 미션을 시작했었다.(이 커뮤니티에는 발만 담근 채 시쳇말로 '눈팅'만 하던 그간의 행태가 마음에 걸려 지난 5월초 탈퇴했다.) 그 직전월인 2023년 8월 하순경에는 새로운 멘토를 만나 그 분의 '족집게 기획 강의'로 브런치팀의 눈에 띌 만한 글 세 편 중 두 편과 기획의도를 작성하였었다. 기획의도에 맞는 글과 9월부터 시작한 매일 글쓰기를' 3주쯤 이어가던 때 브런치 팀으로부터 '작가 승인' 통보를 받았다. 그날은 바로 추석 연휴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그 기쁨도 잠시 매일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으로 매거진 제목도 <매일 읽고 써야 사는 여자>라고 지어놓고 매일은 커녕 서평 노하우 연재가 끝나자마자 무슨 대작이라도 출간한 듯 쓰는 게 힘들어졌다.

우선 도서관 업무가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여유라도 부릴라치면 어느 새 근로감독관처럼 담당 주무관들이 돌아가며 무언의 레이저를 쏴대는 통에 제대로 책 몇 장 읽을 시간이 없다. 그리고 ㅅ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6개월간 활동중인데 서평 대상 도서를 주제도 잡기 힘든 같은 분야의 책들로 보내주니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독서를 빨리 할 수가 없다. 독서 진도가 안 나가니 서평도 자연스레 늦어졌다. 아직도 서평해야 할 도서가 연속 세 권이나 남았다. 어쩌면 내가 서평을 기한 내 작성하지 않으니 벌칙처럼 서평하기 곤란한 책들만 보내는 건 아닐까. 괜한 분심이 들었다. 괘씸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결심했다. 이 출판사 도서는 당분간 서평 응모도 하지 않겠다. 개별 저작물들은 꽤 양서들이 많아서 호감가는 출판사였는데 아쉽다. 뭐 언젠가 마음이 좀 풀리면 다시 찾아볼지도.


서평단 활동은 그렇다치고 활동중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여하는 매일 글쓰기 과제와 출판업계 15년 이상 종사하신 리더님과 기획회의를 올 1월에 해놓고 원고 한 꼭지조차 써내지 못했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리더님은 오늘 새벽 강의에서 각자 출판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원고의 제목과 서문, 목차를 꼭 작성하여 1:1파일로 보내달라고 말씀하셨다. 각자 글쓰기 회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주시는데, 나는 "글쓰기의 퀄리티를 좀 높여라"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렇다. 아직 나의 글쓰기는 이제 막 알을 깨려고 아기새가 부리로 토독 토도록 껍질 위에 금을 내는 정도 수준이다. 글발이 늘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은 경험치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어떤 이는 여행 전문가, 어떤 이는 전문직 종사자, 어떤 이는 매일 여러 편의 글을 발행하는 다작가...


최근 방송인 김창완님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읽고, 약간의 질투를 섞어 그렇게 짧은 분량으로 일기쓰듯 써내려간 글도 에세이가 되어 세상에 나오고, 인플루언서이니 당연히 손익분기점만큼은 판매부수를 올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들여다보면 그가 능력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문장에 담긴 그의 철학적 사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가독성이 확보되었으니 당연히 독자들의 구매를 유인할 수 밖에. <이별의 도리>라는 글에서 저자는 학창시절 갑작스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는 척 했다고 고백한다. 친구들이 자기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엉뚱한 소릴 하는 애라며 낄낄대서 트라우마 있다고.

혹시 내게 글쓰기 트라우마가 있나? 설령 있더라도 저자처럼 그냥 물 흐르듯 세월에 흘려보내자. 세월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느리지만 시작은 과감하게, 과정은 치열하게, 끝까지 나답게 쉬임없이 걷다 보면 언젠가 내가 정한 목적지에 가닿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그러니 브런치팀의 독촉 따위에 상처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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