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들어오는 포켓북 사이즈인 이 책은 현직 경찰공무원이면서 이미 <경찰관 속으로>, <아무튼, 언니>를 출간한 '원도'라는 필명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부록편을 포함해 총 223쪽 분량이지만, "우리 모두의 소원은, 로또 당첨!"이 되어 버린 현실에 순응하며 매주 오천 원을 투자하여 로또 복권을 구매하려고 로또 명당을 찾아다닌다는 자본주의적 소재 때문인지 술술 읽힌다.
'원도'라는 필명의 유래는 책의 후반부 '에필로그'에서야 공개하는데 그 작명 유래도 남다르다.
"안녕하세요. 원도라고 합니다. 전남 완도 아니고, 윈도우 할 때 윈도도 아닙니다. 줍줍이는 '원'래부터 예쁘다 할 때 '원', 영화 '도'둑들에서 감독님은 왜 김혜수와 전지현의 키스신을 넣지 않았을까 할 때 '도'입니다. (에필로그 p.196)라니 이렇게 황당할만큼 신선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또한 이 책 일러스트를 맡은 'OOO(정세원)'님과 '로또 용지'디자인을 '김태수'님의 노고도 책을 주목받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 포켓북 사이즈의 책들은 우선, 시각적으로 호기심 충족을 달성하여야 하고, 아울러 탄탄한 내용까지 받쳐주어야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라는 '고루하고 융통성 없을 것이다'라는 보편적 편견의 직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이 이렇게 재치 넘치고 발랄한 언어를 구사하고 문장들을 뽑아 낼 수 있다니... 지인들로부터 '글 좀 쓴다'는 빈말을 진짜 칭찬이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나의 이 빈약하고 그저 그런 문장들이.
각박하고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 지쳐 잠시 소확행을 꿈꾸며 매주 로또 복권방에 들르시는 이 땅의 남녀노소에게 권한다. 부디 '농협 본점'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날이 오시길 기원하며. 수많은 로또 복권방 중 이왕이면 이 책의 '부록편'에 나와 있는 '전국의 로또 명당(2023년 3월 기준)'을 찾아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