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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Jan 31. 2024

이젠 만나볼 수 없다기에

-<커피문고> 폐점을 앞두고 재방문


오늘은 울집 외동이의 고등학교 예비소집일이었다. 고슴도치엄마인 나는 혼자 보내도 됨에도 불구하고 배정받은 학교에 불만 많아 투덜대며 등교하는 아이가 못 미더워 기어이 따라 나섰다. 그러다 같은 중학교 여자애들과 우르르 신호등에서 마주치자 아이는 혼자 앞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냥 두었다. 어차피 아이와 나란히 걸을 생각도 없었다.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학교 정문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차마 학교 앞까지 다가갈수는 없었다. 학교 관계자가 나와 차량을 제지하고 아이들을 안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그냥 돌아서서 주변에 잠시 시간을 때울 카페를 찾았으나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옆 동네에 이*야 카페에 가서 기다렸다. 그리고 대략 1시간여쯤 후에 만난 아들! 여전히 투덜투덜. 배정받은 학교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나는 공부 안하는 우리 아이의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농어촌 특별전형'대상인 두 학교 중 한 학교를 1지망으로 썼고, 그 학교를 바꾸라는 담임선생님의 반강제적인 압박에 결국 쓰고야 말았던 것을. 나도 사실 요즘 시대에 버스에서 내려서 신호등을 건넌 후 산 자락에 위치한 학교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아이의 학교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자꾸 학교를 바꿔달라느니 어쩌고 하는 소리에 순간 짜증이 확 났다. 그동안 아이의 여린 마음을 달래려 이리저리 환경을 바꿔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는 환경에 적응하다 못해 하향 평준화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더는 아이에게 끌려다닐 수 없다.




어쨌든 기분도 꿀꿀하고 이제 이틀 후면 폐업한다기에 <커피문고>를 재방문했다. 거의 4주만에 방문했는데도 사장님은 한눈에 울모자를 알아봐주셨다. 그리고 오는 동안 급해진 생리현상때문에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 위치를 묻는데도 웃으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오늘은 서점에 남자 손님들만 가득했다. 창가좌석부터 지난번 우리 모자가 앉았던 중앙 넓은 테이블에도 웬 남성이 앉아 노트북과 책을 들고 열심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계셨다. 순간 '내가 아는 브런치 작가님(책방 사장님의 오빠)'이신것도 같았지만, 차마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먼저 인사를 건넨 것도 아니기에. 


오늘은 점심먹은 지 얼마 안 된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자꾸만 눈이 감겼다. 엎드려 잘수도 없고 책을 보다 꾸벅꾸벅 졸았다. 이런 민망할 데가. ㅠㅠ


두 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동안 책도 읽고 에세이 책 두 권도 사서 기분좋게 책방을 나왔다. 사장님께서는 "지난번 올려주신 글 잘 봤어요."라고 하시며, 또 어딘가에서 동네서점을 개업할지 모르겠지만 브런치 구독 작가님을 통해 재개업 소식을 전할테니 그때 또 방문해달라고 하셨다. 이왕이면 타시도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선뜻 찾아가기 힘들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내에 있으면 한번은 찾아갈 것이다. 


직접 빚은 쿠키까지 선물로 주신 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어디서든 번창하세요. 사업이든 새로 계획하시는 일이든." 


나도 동네서점 내고 싶은데, 그럴려면 가장 중요한 게 역시 돈! 창업자금이 있어야 한다. 종잣돈도 없는데... 책은 일단 우리 집에 쌓여있는 책들로 서가를 채워놔도 당장 서점을 열 정도는 된다. 이렇게 책을 처분 못 하는게 어쩌면 동네책방 차리려는 큰 그림? 날이 풀려 좋으면서도 서글프다. 겨울 채비도 제대로 못하고 겨울을 나고 있는데 벌써 봄이라니... 

이젠 안녕~<커피문고>! 



*실제 폐점일은 오늘입니다. 늦게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아쉬웠습니다. 

본문은 1월 29일 기준으로 작성하였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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