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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오름 Sep 11. 2024

진짜 나를 찾아서

이 길의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대학 졸업 후 1n년 넘게 사회생활, 흔한 직장생활을 했다. 첫직장에서의 지옥같은 시간들을 보내며 사회는 만만치 않은 곳이구나를 뼈저리게 느꼈고 그 시간들 속에서 사람들에 대한 공포감까지 생겼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억지로 외면하고 마음 속에서 억누르는 삶을 살았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며 매일 새벽 4시, 첫차 버스도 오지 않는 시간에 도로를 걸어 나와 출근했다. 그렇다고 정시 퇴근을 했냐하면 그것은 당연하게도 아니었다. 출근은 정해진 시간 두시간 전부터 미리 나가서 내 할 일의 계획과 함께 선배들의 일까지 미리 준비하는데 퇴근 시간은 딱히 정해지지 않은 직장생활, 심지어 오버타임 1시간, 2시간은 기본이고 선배가 집에 가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직장 안에 갇혀 집에 가는 발걸음을 떼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삶을 꾸역꾸역 살았었다.

매일이 힘들었고 기댈 곳을 찾고 싶었지만 직장 안에서 내가 먼지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 것 같다. 직장 안에서 내가 기댈 곳은 없다. 이 사회 안에서 기댈 사람도 없다. 결국은 이 세상에 나는 혼자다.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숨이 턱턱 막혀오는 이 곳에서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1분 1초도 있기가 싫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는데 나는 이곳에서 이제 더는 1초도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남들이 바라던 좋은 직장, 큰 직장, 연봉과 복지가 탄탄한 직장을 내 손으로 관두고 뛰쳐나왔다. 온갖 마음고생과 몸고생을 경험한 후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쫓기듯 바삐 뛰어 탈출을 시도했고 첫직장이라는 그 쓴 맛의 그릇에서 해방되었다. 이후로도 실제로 몇년 동안은 그 직장 뿐만 아니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직장을 그렇게 관두고 난 후에, 그 때라도 내가 정말 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볼 생각을 했었더라면...

나의 마음을 조금 더 어루만져주고, 내가 나에게 정말 괜찮냐는 질문도 해보고, 위로도 해주고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줬더라면...

다들 그렇게 사는거니까, 나만 힘든거 아니니까, 약하다고 나를 꾸짖고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등의 나를 괴롭히며 깎아먹는 말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남의 시선, 가족과 부모님, 친구, 직장동료, 그 외 지인들, 사회의 시선들, 그 모든 것들에서 자유로웠더라면, 나를 1순위로 두고 다른 사람, 다른 물리적인 것들을 외면할 수 있었더라면...

내가 나를 찾는 여정이 조금 더 쉽고 편안했을까 혹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그렇게 나는 사회의 혹독한 현실을 몸소 깨우치며 특히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선배와 상사에 대한 공포감, 일에 대한 회의감, 나 자신에 대한 불만감, 때때로는 자괴감까지 느끼며 하루하루를 정말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무 자체는 그런대로 적응을 했고, 소위 일 잘한다는 평가도 많이 들었으며 실제로 신규직원임에도 불과하고 2-3년차 정도 되었을 때 맡을 법한 일들을 해나가며 나의 커리어를 쌓는다는 명분하에 그렇게 또 하루하루를 버티고 또 버텨내며 살았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오래가지 못했다. 직장생활 해봤던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공감하겠지만, 일도 물론 힘들다. 그런데 일보다 힘든게 사람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퇴사와 이직은 인간관계, 즉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직장을 이직하고 또 이직했고, 더 나아가서는 아예 다른 직업군으로 전직을 하기도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열심히 사는 삶이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즐겁지 않았다. 1년 365일 전부 다 행복하고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때때로 즐겁다,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으면 하는게 사람 심리가 아닐까. 내가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주위 사람들의 평판이나 업무 성과 및 실력은 나를 좋게 평가하고, 능력도 좋게 봐줌에도 불구하고(그 기준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참 애매하고 개인적인 기준일뿐이다) 그것은 그 사람들의 생각, 직장 상사의 생각, 대표의 생각, 나의 고객의 생각이었을뿐.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건 내가 정말 원하던 일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삶은 이건 아닌데, 나의 인생 최종 목적지가 여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결국 나는 참고 참으며 사회생활이라는 명분하에 1n년 열심히 그리고 버티며 내 몸과 마음을 다 갈아넣은 일이라는 존재의 무게에 짓눌려 온갖 병명을 안고 결국 작년에 퇴사를 감행하며 모든 일들을 멈췄다.


그리고 현재, 나는 나의 진짜 꿈과 내가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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