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냉이 Jan 28. 2020

고향길 필수품

내 생일은 칠 월 이십구 일

고향에  때마다  챙기는 물건이 있다. 여행용 목베개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잔다. 수업 시간이나 회의 시간처럼 자면  되는 상황에서도  잔다. 두 시간  걸리는 KTX SRT 뿐만 아니라 네 시간  걸리는 시외버스를 타도 중간에   깨는  빼고  잘잔다. 이동시간에는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들곤 하는데 지겹긴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여행이 조금 힘들어졌다. 일을 하면서 얻은 온갖 병과 만성피로 덕분인  같았다.

작년에 고성으로 여행을 가기 직전에 여행용 목베개를 하나 샀다.  진작 사지 않았을까? 고작 이것 하나가 정말 편했다. 인터넷에서 칠천오백 원짜리를 배송비 이천오백 원을 더해서 샀는데, 비싼 것은 얼마나  편할까 궁금해진다. 여행  때뿐만 아니라 집에서 무중력 의자(?)를 젖히고 목베개에 기대어 영화를 봐도 꿀이다. 부산행 비좁은 KTX에서도  목베개와 다이소  이천 원짜리 안대만 있으면 꿀잠 보장이다.

유일한 단점은 싸구려라서 커버 재질이 면이 아니다.  그래서 목이 가끔 따갑다. 다음에는  보드라운 목베개를  것이다. 참고로 나의 생일은 칠 월 이십구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모두의 고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