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실비 공제에 가입되어 있다. 가입한 지 족히 십 년은 된 것 같다. 매달 돈은 내고 있지만 기본 공제비 이상으로 병원비를 쓸 만큼 아픈 적이 없어서 한 번도 병원비를 청구한 적이 없다.
그러다 이번에 진료비가 몇만 원 나와서 처음으로 신청을 해보려고 새마을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오래 사용하지 않았다고 인터넷뱅킹 사용이 정지되었단다. 설 연휴 뒤로 월차를 쓴 날, 문득 떠올라서 고향의 새마을금고 지점에 방문했다.
“오래 안 써서 인터넷뱅킹을 재신청해야 한대요.”
창구의 직원 분은 내 정보를 입력해보더니 말씀하셨다.
“김 OO 부이사장님 손자 분이세요? 50만 원짜리 출자금 통장도 있는데 주소가 서울로 바뀌셨네요. 주소지 새마을금고에서 새로 개설하셔야 해요. 이건 바로 해지해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이 새마을금고에서 오래 일하셨다. 그래서 어릴 때는 통장이며 보험이며 다 새마을금고 것이었다. 통장은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실비공제는 해지하기 애매해서 계속 납입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조그만 통장도 하나 만들어둔 것이다. 거기에 배당금을 오랫동안 받아가지 않아서 20만 원 정도가 더 붙어 69만 원이 되었다며, 통장을 해지하고 69만 원을 현금으로 세어 주셨다. 마지막 배당금 만 몇천 원은 정기총회 이후 통장으로 입금될 것이라고 하셨다.
인터넷뱅킹 재이용 신청을 하러 간 것뿐인데 그건 처리를 못하고 70만 원가량 되는 현금을 받아 들고 새마을금고를 나섰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누나에게 자랑을 하고, 아버지에게 20만 원을 용돈으로 드렸다.
할아버지와 평생 살면서, 대학교 4학년 한 학기를 빼면 거의 용돈을 받으며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한 용돈을 또 한 번 받아 들고, 제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