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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여행기 #0 prologue.

작고 무해한 것에서 오는 치유감에 관하여

by 너일론

문구(文具)와 책, 하늘을 좋아하던 소년이 자라 세계를 누비는 문구덕후가 되었다.


한 달에 서너 번 해외로 나갈 때마다 반나절 정도는 문구점을 탐방하곤 한다. 그러고 나면 낯설었던 도시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문구에 대한 확실한 기억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다니던 학원 근처에 교보핫트랙스가 생겨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었다. 취향이 맞는 친구도 만나 고등학교 3년 내내 붙어 다녔다. 알록달록한 문구들을 탐하며 하루종일 필기구와 노트들을 뒤적이는 남자 고등학생이 그리 많진 않았으니까.


다이어리 꾸미는 일도 좋아했는데, 당시의 열악했던 프린터로 만들어 쓰기도 했었다. 지금 한 달 플래너를 만들어 쓰는 아이디어도 그때부터 시작됐었구나 싶다.



대단한 문구덕후가 아닌 이상 해외에서 짬을 내 문구점을 둘러보기란 여간 용기 있는 일이 아니다. 비싼 비행기표와 숙소비를 생각하면 유명한 관광지에 한 번 더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그래서 대신 다녀왔다. 여기에 해외의 개성있는 문구점을 소개해보려 한다. 사진을 찍고 글로 남기니 근사한 기록이 되었다.


하루치의 고단함을 견딘 우리는, 작고 무해한 문구를 보며 힐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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