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에서는 종종 비행에 대한 은유를 만난다. 하늘 높이 나는 행위가 성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인 듯하다.
얼마 전 한 영상에서 "비행시간의 대부분은 계획된 항로에서 벗어난 상태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취지의 이야기였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당장 비상출동한 전투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비행은 인공위성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정되며, 항로 오차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먼 옛날의 항법이라면 말이 된다. 그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편류수정이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 성장을 꿈꾸는 우리는, 도전을 앞두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또 고치며 완벽한 시기를 기다린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완벽한 계획'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완벽한 시기'는 평생 찾아오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인천에서 이륙해 LA로 가는 가장 빠른 경로는 두 공항과 지구중심을 동시에 지나는 부채꼴의 호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것을 최단경로인 대권항로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이 방향만 따라가면 될 것 같지만 실제 비행은 이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항공기 주변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바람의 영향으로 항공기는 최초 경로에서 조금씩 밀려난다. 이 밀려난 정도를 편류라고 하고, 과거의 항법에서는 이를 반드시 보정해야 했다. 항법지도상에 왼쪽에 보여야 할 계곡이 오른쪽에 보인다면 그만큼 비행기가 우측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를 보정하려면 최초의 계획보다 약간 우측으로 기수를 향하면 된다.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 비행해야 원래의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아, 이 어렵지 않은 개념을 설명하는데도 지루함을 피할 수 없다.《야간비행》과 《인간의 대지》에서 인간의 사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문학성을 잃지 않았던 생택쥐페리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 솟는다.)
얼마 전 비행에서 기상 차트를 보다 기장님과 동시에 한숨을 내쉰 적이 있었다. 제트기류 중심부에 얹혀 가는 루트로 계획된 것이다. 뒷바람을 맘껏 받고 가니 경제적이겠지만 난기류를 계속 만날까 신경이 쓰였던 것인데, 막상 이륙하니 의외로 조용했다.
성장도 그렇지 않을까? 두렵지만 막상 도전해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비행기는 공항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지만, 땅 위에만 있는 비행기는 더 이상 비행기가 아니니까 오늘도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해 보자. 오히려 뒷바람이 불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다.